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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내일은 슈퍼리치(34) “당신의 숙면을 책임집니다” 작은공 하나로 실리콘밸리 사로잡은 24세 英고졸 사업가
-英저소득층 고졸청년, 대학 포기하고 세계적 창업 지원프로그램 합격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수면 상태 해석하는 수면 패턴 추적기
-창업 4년 만에 4000만달러 이상 투자 유치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밤새 뒤척이고, 코를 골며 이를 간다. 깊은 잠을 자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예닐곱 시간을 자고도 다음날 온 몸이 개운할리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푹 잘자는 일이 ‘삶의 질’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되면서, 수면 관련 산업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와치 등이 속속 수면을 체크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시계 하나 찬다고 숙면이 쉽게 될리 없다.

최근 미국에선 숙면 문제를 해결해주는 작은 공이 인기다. 첨단 기기를 좋아하는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으면서 빠르게 팬을 늘려가고 있다. 

이 볼의 이름은 센스(Sense). 조금 큰 사과 만한 사이즈의 장식품처럼 생긴 이 공을 머리맡에 올려두고, 동전만한 센서 하나를 베개에 붙여두면 불면은 사라지고, 숙면의 세계로 유도된다.

센스를 개발한 회사는 ‘헬로’(Hello)사. 이제 창업한지 겨우 4년 된 따끈한 스타트업이다. 센스의 인기로 주목받고 있지만 더 놀라운 점은 헬로를 만든 창업자가 올해 겨우 24세의 고졸 출신 청년이라는 점이다. 창업자 ‘제임스 프라우드’(James Proud)가 2012년에 헬로를 창업했으니, 창업 당시에 그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살이었다. 

제임스 프라우드, 헬로 창업자이자 CEO

▶대학 진학 보다 창업! = 제임스 프라우드는 1992년, 영국 남부 출신이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은 영국내에서도 비교적 형편이 넉넉치 못한 사람들이 사는 우범 지역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컴퓨터를 다루는 데에 재능을 보였다. 또래들처럼 그저 게임하기만 즐기기보다는, 컴퓨터를 이용해 뭔가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프로그래밍을 일찍 독학했고, 12살에는 웹사이트를 디자인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의 모습이 탐탁찮았다. 공부는 안하고 키보드만 두드리는 아들을 보고 “커서 밥벌이나 할 수 있으려나”하고 걱정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소년은 한번 더 부모님을 놀라게 한다.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이다. 프라우드가 그의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교를 진학할거라 기대하던 부모님은 아들의 ‘선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기그로케이터 홈페이지

하지만 프라우드는 비범하게 행동으로 부모를 설득시킨다. 대학에 가고싶은 욕구보다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부모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창업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2009년 18살의 나이에 그는 기그로케이터(GigLocator)라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창업한다. 사용자가 좋아하는 가수나 밴드를 파악해 가장 가까운 시간대로 그들의 공연 티켓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사이트다. 영민함으로 가득찬 사이트는 인기를 얻는다.

▶‘틸 펠로우 십’ 선발로 미국행 = 하지만 겨우 그정도에 머무를 프라우드가 아니었다. 기그로케이터를 6개월 동안 잘 운영한 후 그는 틸 펠로우십(Thiel Fellowhsip)에 지원해 첫번째 수혜자로 선발된다. 틸 펠로우십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이 전도유명한 젊은이들을 위해 운영하는 2년짜리 ‘기업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젊은 기업가들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창업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도록 10만달러를 지원한다. 사업 아이디어와 사업가로서의 의지, 능력 등을 평가해 선발하는데 프라우드는 틸 펠로우십의 1기 합격자 가운데 한사람이 된다. 그리고는 2010년에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틸 펠로우십을 마친 2012년, 프라우드는 2년간 더 성장한 기그로케이터를 뉴욕의 전설적인 브루클린 볼링 나이트클럽(Brooklyn Bowl Nightclub)의 오너인 피터 샤피로(Peter Shapiro)에게 상당한 가격에 매각한다. 그리고는 그 자금을 기반으로 지금의 헬로를 창업했다. 

분명 기그로케이터도 성공한 스타트업이었지만, 사실 프라우드는 기그로케이터 자체에 큰 욕심이 없었다. 애초부터 이를 헬로 창업을 위한 발판으로 생각했다. 틸 펠로우십에 참가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능성있는 젊은 기업가임을 보여줘야 했고 또 헬로 창업을 위해 초기 자본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대에 가장 알맞은 창업 아이템 고민하다 ‘수면 사업’으로 = 2012년 창업 당시 프라우드는 많은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그가 가장 재밌게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잠’이라는 사업 포인트를 착안한다. 바쁜 일상과 각종 스트레스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다. 특히나 불면증이 그의 창업 아이디어가 됐다. 잠을 제대로 못자 고민인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프라우드는 그것이 가장 시의적절한 비즈니스 타깃이라 여겼다.

물론 헬로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창업 초기에는 프라우드 역시 애플워치(AppleWatch)나 핏빗(Fitbit)과 같은 웨어러블 형태의 기계를 생각했다. 자면서 착용할 수 있는 기기를 구상해 출시한다. 첫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초창기 제품을 보고 페이스북 메신저 파트의 수장 데이비드 마르쿠스(David Marcus)와 샤오미의 부대표 휴고 바라(Hugo Barra) 등 IT업계의 주요 인사들로부터 약 1000만달러의 투자 오퍼가 들어올 정도였다.

하지만 곧 프라우드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그저 이론상으로만 훌륭한 계획이었단걸 깨닫는다. 의외로 센스를 사용한 많은 사람들이 잠이 들면 자신도 모르게 거추장스러운 기계를 제거해버렸기 때문이다. 합성고무나 메탈형태의 밴드를 자는 와중에도 손목에 차다보니 가려움증이나 습진이 발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보니 수면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웨어러블 형식의 센스가 판매되고 15개월 뒤, 처음의 70% 정도의 고객만이 계속해서 기계를 사용했다. 프라우드는 99%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아예 제품의 기본 디자인과 콘셉트부터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고민끝에 몸에 착용하지 않는, 마치 실내 장식품 같은 공 형태의 기기를 고안해낸다. 그리고 새로운 센스의 성공 가능성을 설득해 2014년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tStarter)로부터 240만달러를 투자받아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나선다.

▶숙면을 책임져주는 작은 공 = 새로운 센스는 현재 12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홈페이지(https://hello.is)에서 구입가능하다. 지름 70mm, 높이 약 64mm로 물컵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구 모양 소품이다. 한 손에 올릴 수 있는 크기다. 심미적이기도 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가능하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센스와 함께 동봉되어 오는 두 개의 ‘슬리프 필’(Sleep pill)이라 불리는 동전만한 작은 센서를 베개에 붙이기만 하면 그만이다. 수면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자는 것 뿐이다. 술에 취해 침대에 쓰러져 자기만 해도 데이터는 모아지고 있다고 프라우드는 센스의 편리성을 강조한다.

프라우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베이징 스타디움을 보고 센스의 디자인을 생각해 냈다.

작은 크기지만 숙면을 위한 다양한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센서들을 갖추고 있다. 온도, 습도, 적절한 빛, 공기 중의 미립자를 파악하는 센서를 모두 갖췄다. 슬리프 필로부터 데이터를 전달받을 수 있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기능, 적절한 소리로 알람을 내기도 하는 스피커 등도 갖추고 있다.

사용자가 잠을 자기 시작하면 센스의 활동이 시작되는데, 슬리프 필이 잠든 사람의 머리 움직임을 파악해 수면 패턴을 분석한다. 그 데이터를 센스로 보내면 센스는 가장 알맞은 수면 환경을 분석하고 제안한다. 습도와 소리, 빛, 그리고 공기 미립자의 상태까지 파악한다. 만약 방이 깊이 잠들기에 너무 밝거나, 시끄럽거나, 습도가 높을 때 불을 반짝거려 알려주는 식이다. 

그저 알려주는 데에 그치지도 않는다. 센스는 스피커가 있어서 밤에는 편안함을 주는 백색 소음을 내기도 한며, 가장 개운한 타이밍에 일어날 수 있게 해주는 알람을 울리기도 한다. 터치할 필요 없이 센스 위 공중을 손바닥으로 한번 훑으면 저절로 알람이 꺼진다.

베개 오른편에 하얀색 슬리프 필이 붙여져 있다(사진 왼쪽),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수면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시각적으로 자신의 수면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도 제공한다. 매일 아침 센스와 연동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는 1부터 100까지 숫자로 수면의 점수를 매겨주는데, 어떻게 수면 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도 함께 제공한다. 

베개에 붙은 슬리프 필이 매일같이 사용자의 수면 움직임을 파악하기 때문에 매일, 매주, 또는 일년에 한번이라도 언제든 축적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맥박이나 움직임으로만 수면도를 체크하는 웨어러블 기기와는 달리, 특별히 착용하지 않고도 더 종합적인 수면환경을 체크할 수 있는 까닭에 센스는 빠르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다.

▶ ‘수면제’ 없는 세상을 꿈꾼다 = 센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프라우드의 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홀딩스(Temasek Holdings)로부터 3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결과적으로 창업 4년만에 4000만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셈이다. 

현재 그는 헬로의 시스템을 가정 전체로 확대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등을 활용해 집안 전체가 거주자의 각종 바이오 정보를 읽어내고 이에 맞게 변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메인 테마는 ‘잠’이다. 인공 지능이 그저 사용자 주위에서 맴돌면서 적절한 수면 환경을 만들어 주고, 궁극적으로는 ‘수면제’가 필요없는 환경을 만드려는 것이다.

프라우드는 헬로와 센스가 이러한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의 선두에 설 것을 꿈꾸고 있다. 비슷한 테마로 도전하고 있는 아마존 에코(Amazon Echo), 네스트 온도조절기(Nest thermostat), 구글 홈(Google Home)과 같은 인공지능 기기들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물론 이것이 상용화되는 것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실리콘벨리의 전문가들이 프라우드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돈 보다는 자신의 꿈에 더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는 “내 삶은 필요에 의해 움직이는 아주 간단한 삶이다”라는 말로 자신의 기업가 정신을 표현한다.

재밌고, 하고싶으니까 하고 있다는 의미다. 4000만 달러나 투자받았으면 낡은 차 한대라도 뽑을 만 하건만, 24세의 영국 시골 출신 사업가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서 이제는 제법 커진 회사 건물까지 매일 걸어 통근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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