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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립20돌 ‘와인코리아’윤병태 회장] 佛서 청소하며 익힌 와인 공법…이젠 수출
창립20돌 ‘와인코리아’윤병태 회장
영동에 국내 첫 기업형 와이너리
대표 와인 ‘샤토마니’등 100억매출
“저도주 선호 청년층이 미래 고객”



우리나라가 포도주를 수출한다는 사실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액수는 적지만 엄연한 포도주 수출국이다.

국내 최대 포도산지인 충북 영동. 소백산맥 추풍령자락에 위치해 일교차가 큰 기후특성 덕에 당도가 높고 색과 향이 좋은 포도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영동읍 주곡리에 국내 최초 기업형 포도주양조장(와이너리) 와인코리아(대표 윤병태)가 자리잡고 있다. 와인코리아는 국내 포도주붐이 일기 전부터 와인을 주조해 온 선구자다. 지난달 27일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와인코리아의 윤병태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충북 영동 와인코리아 본사에서 윤병태 회장이 자사의 대표 제품인‘ 샤토마니’를 소개하고 있다. 영동=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윤 회장은 “와인산업은 1차 산업인 농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에 4차 산업인 정보화서비스 산업을 더한 10차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질 좋은 와인을 만드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와인과 융합된 문화를 창조해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포도주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그가 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우연이었다. 1990년대 중반 포도 풍작으로 밭을 갈아엎는 이른바 ‘포도파동’이 터지자 영동군은 지난 1996년 부랴부랴 지방공기업 형태로 와인코리아를 설립했다.

윤 회장은 당시 소액주주로 와인코리아에 참여했다. 그러나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영동군은 윤 회장에게 경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윤 회장은 영동군에서 수련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었다.

윤 회장은 당시 상황을 “코가 꿰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와인코리아의 대표 브랜드 ‘샤토마니(Chateau Mani)’는 그렇게 시작됐다.

윤 회장은 “와인사업은 대기업도 시도했다 접은 사업이라며 주변의 만류가 심했다. 잘 알지는 못했지만 차츰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며 “고민 끝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고 자본금을 75억원으로 늘려 본격적인 제조에 나섰다”고 들려줬다.

당시 국내에선 기본적인 포도주 제조법을 익힐 방법이 없었다. 윤 대표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과감히 본고장 프랑스로 날아가 와인공장에 취업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홀로 온 동양인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프랑스인은 없었다. 그러나 윤 회장은 온갖 잡일을 도맡으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워나갔다. 그렇게 5년 동안 매년 6개월씩 프랑스의 유명한 와이너리를 찾아다니며 포도재배 및 포도주 제조기술을 체득했다. “바닥청소를 하며 생산공정을, 탱크청소를 하며 설비구조를 익혔어요. 몰래 사진을 찍고 설비의 도면을 그려나갔죠.몸으로 배운 지식은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금 공장의 제조설비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설계해 제작한 것이죠.”

설립 첫해 1억원에 불과 했던 와인코리아의 매출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샤토마니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매출액 중 내수와 수출 비중이 4대 6일 정도로, 해외시장의 평가도 좋은 편이다.

윤 회장은 “해외 와인업자들이 ‘이게 정말 당신네가 만든 게 맞느냐’고 물을 정도로 품질을 자부한다”며 “우리의 경 쟁자는 해외 명품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와인이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대중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의 ‘와인대중화’ 철학은 지난 2006년부터 운영 중인 ‘와인트레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10년 전 새마을호 식당칸 2량을 개조해 만들어진 와인트레인은 서울역과 영동역을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 영동의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 공장을 견학하는 등 체험형 여행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와인코리아 본사 또한 포도주 테마파크 형태로 꾸며져 있어 영동군을 찾는 단체관광객들의 명소로 꼽힌다.

윤 회장은 “현재 저도주를 선호하는 청년층이 장년층이 되면 와인은 지금의 소주와 맥주에 못지않은 대중적인 주류가 될 것”이라며 “변화할 주류문화를 앞서 이끌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영동(충북)=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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