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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리더’ 신동빈, 호텔롯데 상장 연기로 얻는 것과 잃는 것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호텔롯데 상장이 연기되면서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매듭짓고, 그룹 ‘원 리더’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롯데에 대한 이미지 쇄신의 일환으로 공언했던 절차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국 롯데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측 지분이 99%가 넘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반감이 일었다.

신 회장은 지난해 한ㆍ일간 밀접한 연결고리를 정리하고 그룹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가져가기 위해 30~40%를 신주로 발행해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호텔롯데가 상장된다면 일본 롯데의 지분은 50%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이끌어낸 신 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도 강화된다. 


지난달 30일 신 회장이 직접 호텔롯데에 대한 IR(기업설명회)을 진행했을 때만 해도 이 같은 구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으로 보였다. 자타공인 그룹 내 ‘원 리더’로 자리매김한 신 회장의 자신감도 엿보였다. 아직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의 각종 소송 등이 남아 있긴 했지만, 여론은 이미 신 회장으로 기운지 오래다.

그런데, 정작 신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면세점 입점 로비 대상 중 신 이사장이 있다는 정황이 흘러나오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호텔롯데 상장을 보름여간 늦추게 했다. 그 과정에서 공모가도 당초 목표보다 5000억원 가량 낮춰 잡았다.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보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입점 로비 의혹이 월드타워 면세점 부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면허를 갱신하지 못한 월드타워점은 이달 30일에는 문을 닫게 된다.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쏜 상황인데, 입점 로비는 특허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월드타워점이 부활하지 못하면 면세점 사업부 의존도가 높은 호텔롯데의 가치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롯데타워의 후광을 바탕으로 월드타워점을 국내 1위 면세점으로 만들겠다는 롯데의 계획도 무산될 처지다.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기회에 오너 리스크를 털고 가는 것이 신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수차례 주주총회에서 밀린 신동주 회장은 그룹 경영권과는 멀어졌다는 게 업계의 공론이고, 신 이사장도 이 같은 악재를 앞둔 상황에서 더 이상 그룹에 영향력을 미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적 쇄신을 앞당기게 됐다는 점도 그룹 내 신 회장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인사에서는 경영진 대부분을 유임시켰다. 그룹 내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상장 등 굵직한 사안을 맞은 상황에서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크다. 이는 롯데를 본격적인 ‘신동빈 호’로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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