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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3선 필패ㆍ초선 필승’…혁신세력의 불문율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혁신의 성공률은 군중이 가진 힘의 크기와 비례하지 않는다.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크기가, 내디딜 수 있는 보폭의 범위가 커질수록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더 높은 곳을 원하게 되는 사람의 이치다. 서로 다른 미래를 그리는 개개인의 ‘계산법’ 가운데 혁신을 위해 편성된 대오는 어느새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그래서 정치혁신과 선수(選數)는 반비례 관계다. 잃을 것이 없어 혈기왕성한 초선 혹은 재선에게 ‘혁신’은 곧 지상 과제이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유일한 수단이다. 말에는 거침이 없고, 젊은 생각은 쉽게 단결한다. 반면 ‘중진’의 칭호를 부여받는 3선 이상 의원들에게 혁신은 일종의 딜레마다. 뒤틀린 시스템을 고치고 싶지만, 섣불리 움직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4ㆍ13 총선 참패 이후 ‘원유철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을 무산시키며 급부상하는 듯했지만 곧 와해된 ‘새누리당혁신모임(이하 새혁모)’과 2000년 당시 한나라당의 개혁을 주도한 ‘미래연대’가 반비례 함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그래프다.



우선 새혁모는 김세연ㆍ김영우ㆍ이학재ㆍ황영철 등 개혁적 성향의 3선 의원(20대 국회 기준)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등 초선이 주축이 됐던 미래연대와는 다른 양상이다. 남ㆍ원ㆍ정 트리오는 당시 ‘차떼기 정당’ 오명의 책임자인 당내 주류세력에 맞서 개혁과 세대교체를 거듭 주장,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들을 당에서 밀어내며 소장파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새혁모의 끝 모습은 달랐다. ‘원유철 비대위 저지’라는 목전의 목표가 달성되자 소속 의원들은 길을 잃은 꿀벌처럼 각자 표류했다. 당초 새혁모가 원했던 ‘치열한 혁신토론’은 당이 공식적으로 마련한 당선자 워크숍으로 대체되며 유야무야 끝났다. 새 원내지도부의 비대위 구성 작업이 다시 계파 갈등으로 점철됐지만, 모임 구성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끝내 대안 제시는 무산됐다.

정치권은 새혁모와 미래연대의 엇갈린 운명의 원인을 주축 의원의 선수 차이에서 찾는 분위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선 이상의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과 각 당의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 중책을 맡게 된다. 정치 경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셈”이라며 “혁신을 향한 의지가 당내 관계, 중진으로서의 무게중심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희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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