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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의 현금 사랑…마이너스 금리 효과 막는 현금 지상주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이나 금 등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일본의 현금 지상주의가 마이너스 금리 효과를 막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불안 심리 때문에 금융거래에 나서기 보다는 돈을 집안에 보관하는 ‘장롱예금’이나 저금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이 최근 발표한 자금 순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현금ㆍ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약 900조 엔ㆍ한화 9000조 원)에 달한다. 34%를 차지하는 유럽보다도 높은 수치다. 경제산업성 조사에서는 현금거래가 전체 결제수단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결제의 20%만이 현금을 통해 이뤄지는 유럽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실제 일본의 서점과 마트, 잡화점에서는 카드결제보다는 현금 결제가 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예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음식점도 부지기수다. 다이이치 생명보험연구소는 일본의 장롱 예금이 국내 총생산(GDP)의 8%인 40조 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있다. 




디플레이션 위기를 탈피하고자 할 때 일반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마이너스 금리가 시중에 확산되면 대출을 받은 사람은 돈을 받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나 주택구입, 사업 투자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불안 심리’다. 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불안 심리로 인해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않으면 돈의 흐름은 여전히 경색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 인하로 예금에 수수료를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가중되면 금융기관에 돈은 더욱 빠져나가게 되고 돈을 장롱에 ‘보관’하기만 하는 ‘장롱예금’만 많아지는 것이다. 국가의 경제는 돈의 유동성이 멈출 때 위기에 빠지게 된다. 닛케이는 지난 1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일본의 현금 지향적인 문화를 지적하며 역풍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본 사회가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고령화 사회다. 노후연금을 받거나 근로가 어려운 노인 인구의 비중이 늘면서 신용카드 등 금융 거래보다는 현금 거래를 선호하는 문화가 짙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불안 심리 때문이다. 닛케이는 가계소득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소비세 인상과 향후 노후연금 재원 확보 등 국가 재정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출조차 받지 않는 청년층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일본 내각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4년 일본 10~20대의 60%는 일본의 미래가 “외국에 비해 밝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본 신용평가사인 신용등급투자정보센터(R&I)는 지난 6일 일본의 국채신용등급이 향후 ‘안정적’에서 ‘부정적’(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R&I 측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국가재정 재건을 위한 대대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이상 “강등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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