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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락산 살인사건 현장검증] 흉악범 얼굴·이름 공개‘제멋대로’
수법 잔인·중대피해 발생 판단
경찰, 수락산 살인사건은 공개
같은 조현병 강남역사건은 미공개
피의자 “배고파서 범행”
시민들 “약수터 매일가는데 끔찍”



경찰이 ‘수락산 살인사건’의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신상공개는 피의자 김학봉(61) 씨가 ‘편집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같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피의자 신상을 미공개한 강남역 사건 때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의자 김 씨는 3일 현장검증을 앞두고 경찰서를 나서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수락산 등산객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학봉(61) 씨가 3일 오전 현장검증을 진행하기 위해 범행 현장인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로 들어서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2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김 씨가 나이가 많은 여성인 피해자의 목을 칼로 여러 번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해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피해를 발생시켰다”며 김 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경찰 “수법 잔인해 공개”…비공개 ‘강남역’ 때와 대조=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2일 “신상공개위원회에서 피의자 김 씨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나이가 많은 여성인 피해자의 목을 칼로 여러 번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해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피해를 발생시켰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김 씨 DNA가 검출되고 범행에 쓰인 흉기가 발견되는 등 충분한 범행증거도 있다”며 신상 공개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신상 공개를 통해 재발 방지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경찰이 김 씨의 ‘편집 조현병’ 병력을 밝히면서도 공개를 결정해 정신질환을 이유로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지 않았던 ‘강남역 살인사건’과는 차이점을 보였다.

경찰은 지난 2010년 4월에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 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에 따르면 검사와 관할 경찰서 등 수사 기관이 범행 잔인성ㆍ충분한 증거ㆍ신상 공개의 공익성 등을 판단해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각 경찰서마다 꾸려지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공개 기준이 모호하고 위원회 구성ㆍ운영이 전적으로 수사기관에 맡겨져 있어 신상 공개여부가 오락가락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강남역 사건을 수사한 서초경찰서는 “범행의 잔인성은 인정되지만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행인 만큼 피의자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고 신상 공개로 인한 범죄 예방이나 재발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피의자 김모(34) 씨의 신상 미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락산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조현병 부분보다 재범 우려와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고 봤다”며 “이렇게 잔인하게 범죄를 저지르면 신상을 공개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강법이 개정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이처럼 아직까지 공개 기준이 모호해 뚜렷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관계자도 “범행의 잔인성 정도나 범죄예방효과 여부 같은 기준이 모호한 것은 인정한다”면서 “신상 공개 기준 통일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달 안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검증 실시…주민들 “약수터에 매일 오는데 끔찍”=경찰은 이날 오전 김씨의 범행 일체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범행 현장으로 나서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를 나선 김 씨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하냐”는 질문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김 씨가 10여 년간 조현병을 앓아 약을 처방받았다는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범행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모르긴 모르겠습니다”면서 명확한 대답을 회피했지만 “피해자의 주머니를 뒤진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있다”면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해 금품을 노린 범행임을 시사했다. 김씨는 전날 진술에서 “배가 고파서 밥이라도 사먹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당초 2명을 노렸다는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홧김에 한 소리”이라며 부인했다.

경찰과 김씨가 범행 장소로 가기 위해 수락산 등산로 초입의 한 약수터에 나타나자 지역 주민들은 김씨를 향해 “조용한 동네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 이곳 약수터는 김 씨가 범행 후 흉기에 묻은 피해자의 혈흔을 닦은 곳으로 알려졌다. 60대 여성 조모 씨는 “이곳, 약수터에 매일 오는데 끔찍하다”며 “머리칼이 곤두서서 못 다니겠다”고 말했다.

원호연ㆍ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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