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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태후’엔 없는 PPL이 中버전엔 있다?
CG기술로 제품 원본영상에 삽입
드라마 배경에 자연스럽게 배치
中방영 ‘태후’곳곳서 노출 큰효과
‘원 소스 멀티 유스’로 新시장 열어


중국에서 누적 조회수 155억건 이상을 기록하며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돌계단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강모연(송혜교 분) 사이에 의문의 팩 음료가 놓여있다. 드라마 속 PPL(Product PLacement) 광고지만 이는 한국에서 방영된 버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네티즌들은 당연히 볼멘소리를 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강제로 광고를 끼워 넣었다”, “차라리 한국 방영 버전을 보겠다” 등의 비판이 일었다. 국내 네티즌들 역시 “대륙의 PPL은 다르다”, “자체 편집하는 중국의 클라스” 등 조롱 섞인 냉소를 던졌다.

그러나 중국 버전에 추가 삽입된 이 PPL은 단순히 ‘대륙의 조작’으로 무시할 사건이 아니다. 당시 등장한 음료는 중국 시장을 공략중인 한국 기업의 두유 제품이었고, 기술 역시 세계적인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인 영국의 미리애드(Mirriad)사의 최첨단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디지털 PPL이었기 때문이다.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로 이미 제작된 영상에 새롭게 PPL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독특한 디지털 광고 솔루션이다. 드라마든 영화든 영상 제작 과정에서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시켜야했던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넘어선 방식이다. 국내에는 제일기획이 지난해 8월 미리애드와 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면서 도입됐다.

미리애드는 2008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돼 현재 디지털 PPL과 관련한 6개의 이미지 처리 관련 기술특허를 보유한 디지털 PPL 시장의 선두 기업이다. 2013년에는 아카데미 과학기술부문 시상식에서 오스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일기획은 미리애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콘텐츠의 중국 내 사업권을 확보해 13억 인구를 상대로 한 광고 시장에 뛰어들었고, 국내에서도 주요 방송사, 영화사 및 연예기획사와도 각종 전략적 사업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미리애드는 이른바 ‘스킵 세대(Skip Generation, 광고를 건너 뛰는 세대)를 위한 광고’를 표방한다. 광고를 건너 뛰는 세대일수록 자연스럽게 영상을 시청하며 상품의 이미지를 심고, 부지불식간에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PPL의 광고효과가 중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PPL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제작되는 동영상은 물론 기존에 제작된 인기 콘텐츠들에도 다양한 방식의 후속 적용이 가능하다.

영상만 있으면 해외 수십 수백개국이라도 각각에 필요한 광고가 사후 삽입 가능하다.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의 구현이다.

태양의 후예 중국판에서 처럼 주인공들 옆에 음료를 놓아두는 것은 물론, 주인공 뒤에 주차된 자동차 차종을 영상을 시청할 국가의 시장 상황과 전략에 맞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야말로 드라마의 모든 배경과 상황이 광고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광고주가 원하는 동영상을 선택하면 영상 내에서 PPL이 가능한 위치는 물론 광고 크기와 시간, 적합한 광고 종류 등을 자동적으로 검색해 주는 솔루션도 제공된다. 광고주와 제작자에게 마케팅 측면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중국 버전에서 디지털 PPL을 이용한 태양의 후예 제작사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관계자는 “원래 태양의 후예와 같은 사전제작 드라마는 PPL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광고주들이 원하는 방영 시점과 맞지 않을 수 있고 촬영 당시 흥행을 할지 말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디지털 PPL은 현장에서 대본에 반영해야하는 제품보다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운 광고가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다른 국가에 방영할 때도 디지털 PPL 제안이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PPL에 대한 시청자들의 원초적 반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최근 국내 드라마에서는 극의 흐름을 깨는 뜬금없는 제품 사용 등 과도한 PPL로 비판을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광고업계에서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콘텐츠 속에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간접광고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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