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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北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과 북중관계 - 이상숙 국립외교원 객원교수
한중관계와 북중관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강의에서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비유가 하나 있다. 중국에게 북한은 ‘고향친구’이고, 한국은 ‘사회친구’라는 것이다. 학연과 지연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이 비유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고향친구인 북한은 못살고 사고도 치지만 문전박대하기 어려운 친구이고, 사회친구인 한국은 현재 나와 더 가깝고 도움도 되고 신뢰도 가는 친구이지만 속내를 다 보이긴 어려운 친구이다. 이 비유가 논리적으로도 옳은 것은 북한과 중국은 ‘사회주의’라는 공통의 고향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6~10일 7차 당대회를 개최한 이후 북한은 대외관계 핵심인 리수용 당 부위원장을 중국에 보냈다. 리 부위원장은 5월31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났고, 6월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면담을 가졌다. 이번 리 부위원장의 방중은 북한 당 대회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당대당 외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양국의 당대당 외교는 냉전시기 사회주의 당들의 협력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탈냉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한중관계가 놀라운 발전을 이뤄온 것이 사실이나, 북중간의 당대당 외교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리 부위원장의 방문은 북한 7차 당 대회에서부터 이미 예측되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당위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시진핑 주석이 축전을 보낸 장면이다. 양국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축전 내용도 중요하지만, 당위원장 취임 직후 축전을 보낸 시점도 중요하다. 이것은 북한 당 대회 개최 기간에 양국의 의사소통 채널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북중 농구경기 관람과 왕자루이(王家瑞)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ㆍ政協) 부주석의 주중 북한대사관 당 대회 경축행사 참석으로 이어졌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시각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2013년 제3차 북한 핵실험 이후 경색된 양국관계가 지속되었으나, 지난해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 이후 양국은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특히 북한의 당 기능 정상화에 대해 중국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한 인식이 최근 중국의 행보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 경제제재가 성공하려면 장기적으로 경제제재에 대한 국제공조가 지속되어야 한다. 북한이 대외무역에서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북 경제제재 성공의 관건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인가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대북제재에 동참하였고 올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에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북중관계 개선에 대해 우리가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우리도 중국을 사회친구로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이상숙

- 이상숙 국립외교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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