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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명의 브렉시트 ①]“EU를 떠나라” 60대의 이유 있는 분노 vs “그냥 남는게” 스톡홀롬 증후군 20대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1975년 영국에선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잔류를 놓고 첫 국민투표가 있었다. 당시 20대 등 영국인 대부분은 EEC 잔류에 손을 들었다. 명분은 “우리 자식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손자들을 위해서” 였다. 미래 세대를 위해 유럽공동체에 남아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먹고 사는 문제를 뛰어 넘었다.

그로부터 꼭 41년이 지난 2016년. 영국은 “EU(유럽연합)을 떠나야 한다”는 장년층과 “아무리 그래도 EU에 남는 게 실리적이다”는 청년층간 세대싸움이 뜨겁다. “젊어서 뼈빠지게 일했는데 늙어서도 죽도록 일해 남(이민자)을 먹여 살려야 하냐”는 회의감과 당장 휴대전화 로밍 비용이 오를까 걱정하는 청년층간 실리적 관점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가 분노의 경계선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유고브와 더 타임스의 또 다른 조사 결과에 따르면 43세를 기점으로 이보다 높은 연령층은 브렉시트를 원하는 축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이보다 어린 연령층은 잔류를 원하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다. 앞선 유고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 사이 응답자의 63%는 영국이 EU에 남기를 바란다. 반면 60세 이상 응답자들의 경우 56%가 영국의 EU 탈퇴를 원한다.

브렉시트가 세대간 전쟁이 되고 있는 것은 EU에 속하기 전 시대를 경험했냐 안했냐의 차이점에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교롭게 오는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이들은 41년 전 목소리를 높여 EEC 잔류를 주장했던 이들이 대부분인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41년만에 ‘영국인=유럽인’에서 ‘온니(only) 영국인’으로 180도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최근 69세 크리스토퍼 초프씨의 사례를 통해 EU에 대한 장년층의 분노를 전했다. FT에 따르면 초프씨는 1975년 영국이 EEC 잔류를 두고 투표를 벌일 당시 후손을 위해 유럽 안에 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2016년 그는 EU를 떠나야 한다고 외친다. 유럽이라는 울타리에 있으면서 영국이 오히려 경제상황이 후퇴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이와 관련 ‘아저씨가 화난 이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젊은시절에 취업난에 쫓기고, 자녀가 졸업할 무렵엔 금융위기를 겪고, 은퇴 후에는 노후자금이 부족해 계속해서 일해야 하는 1955년생 60대의 분노를 브렉시트 지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EU에 있는 동안 한 번도 편한 삶을 살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어서도 또 다시 생계전선에 나서야 하는 현재의 삶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얘기다.


반면, EU 울타리 안에서의 영국만 봐 왔던 젊은 세대는 EU 잔류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과 같다는 설명이다.

초프씨는 FT에 “당신이 만약 감옥에서 장기 복역한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문을 열고 이제는 자유라고 말할 때 (어떻게 느끼겠나)”면서 “사람들은 무언가 다른 것을 받아들이려 할 때 초조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EU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세대간 선택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 장년층은 자주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가치를 기준으로 입장을 정하는 반면, 젊은층은 보다 실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본머스대학교의 다렌 릴레커 정치학자는 제자들의 경우 휴대전화 로밍 비용 등 당장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문제들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학생들의 피부에 와닿는 근거를 들며 EU 잔류를 위한 표를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캐머런 총리는 엑세터대학교를 방문해 자유롭게 여행하고 원하는 곳에서 일하기 위해서 영국의 EU 잔류를 위해 투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같은 젊은층의 실리주의가 오히려 ‘브렉시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투표일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 2016’ 기간 중인데다 글래스톤베리 락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이다. ‘지금’ 중요한 것을 추구하는 젊은층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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