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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 ①] 캠퍼스안은 이슬람 기도실, 밖은 차이나타운…대학가 다문화가 점령
-무슬림 유학생 빠른 속도로 증가…각 대학, 기도실ㆍ할랄푸드 푸드코트 운영

-대학가, 중국 유학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입점…작은 ‘차이나타운’에 버금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지난 1일 오후 12시10분께. 서울 성북구 국민대에 위치한 ‘사우디클럽’에는 무슬림 유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12시30분부터 시작될 주흐르(Dhuhr)에 맞춰 성지 메카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하기 위해서다. 한 무슬림 유학생은 “무슬림은 하루에 5차례 반드시 메카를 향해 기도를 드려야하는데, 기도실이 없으면 길 위나 강의실에서라도 할 수 밖에 없다”며 “문화적으로 생소한 한국인 학생들이 수근대며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데 무슬림만을 위한 공간이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2. 지난 1일 오후 8시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 근처의 한 노래방. 간판부터 ‘중국식 한자(간체)’로 된 이곳은 KTV(중국식 노래방)다. 중국에서 공수해온 최신식 노래방 기기를 설치한 이곳에는 아직 이른 저녁이었지만 중국인 유학생으로 가득찼다. 방마다 설치된 노래방 기기 화면은 중국어로 가득했고, 실내에서는 이곳이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어만 들려왔다. 이 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후난(湖南)성 창사시 출신 유학생 M(23ㆍ여) 씨는 “이 근처만해도 지난 6개월 새 KTV가 3곳이나 새로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주일마다 중국 최신곡을 업데이트하다보니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국민대가 운영 중인 무슬림 유학생을 위한 전용 기도실 ‘사우디클럽’의 모습. [사진제공=국민대]


한양대가 매주 화ㆍ목요일 운영하고 있는 할랄푸드 푸드코트의 모습. [사진제공=한양대]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를 맞아 캠퍼스 내부는 물론 주변까지 글로벌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의 증가 속도에 비해 이들을 위한 문화ㆍ편의 시설의 증가폭은 한정적이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대학가에는 크게 증가한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들이 입점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중국 유학생을 위한 멀티숍의 모습. 멀티숍에서는 중국 식재료와 음식을 비롯해 환전 서비스, 항공권 구매대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우선 그동안 한국인들이 다소 생소하게 느끼던 이슬람 문화권에서 온 학생수의 증가에 따른 변화가 대학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주요 이슬람권 국가에서 온 대학생의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우즈베키스탄 44.6%, 인도네시아 15.2%, 파키스탄 10%, 말레이시아 7.7%, 방글라데시 19.7%가 증가했다.

갈수록 증가하는 무슬림 학생들을 위해 대학가 학생식당에선 할랄(Halalㆍ이슬람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 가공ㆍ조리 과정을 거친 육류ㆍ곡류ㆍ과일ㆍ채소 등을 총칭)푸드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양대 제2공학관 내에 위치한 무슬림 유학생을 위한 기도실 모습. [사진제공=한양대]
한양대 제2공학관 내에 위치한 무슬림 유학생을 위한 기도실 모습. [사진제공=한양대]

지난 2013년부터 국내 최초로 일주일에 두 차례 할랄푸드를 판매한 한양대는 올해부터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전용 부엌을 서울ㆍ안산캠퍼스 기숙사에 설치했고, 세종대도 올해 1학기부터 할랄푸드를 메뉴로 제공하고 있다. 기독교계 학교인 이화여대도 할랄푸드를 조리할 수 있는 주방을 마련했고, 통일교가 세운 선문대도 올해부터 학생식당에서 할랄푸드를 판매 중이다.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도 많은 대학들이 운영 중이다. 81명의 무슬림 유학생이 다니는 국민대는 지난 2010년 40㎡ 크기의 기도실을 만들었고, 약 250여명의 이슬람권 유학생이 다니는 한양대도 2006년부터 10㎡ 크기의 기도실을 운영 중이며 하루 10여명이 사용 중이다. 이 밖에도 경희대와 성균관대, 서울대도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전용 기도실을 운영 중이고, 개신교계인 이화여대와 가톨릭계인 서강대는 ‘다문화 기도실’을 마련했다.

캠퍼스 밖에서는 ‘차이나타운’을 떠올릴 정도로 중류(中流) 바람이 거세다.

중국인 전용 PC방은 물론 중국 본토에서 공수된 물건을 파는 식료품점, 100여가지가 넘는 중국 현지 음식을 판매하는 음식점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의 편의를 위한 멀티숍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한 멀티숍은 중국인 유학생을 위한 항공권 구매 대행은 물론 위안화 환전, 식료품 판매 등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학교 기숙사에 살지 않는 중국인 유학생이 서로 가까운 곳에 모여 살면서 자연스레 중국인 유학생만을 위한 주거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안모(54ㆍ여) 씨는 “2년전 처음으로 중국인 유학생에게 세를 줬는데, 그 이후 다른 방에도 중국인 유학생들이 속속 들어와 지금은 3분의2가 중국인 학생으로 채워졌다”며 “다른 건물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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