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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부커’ 한강 아버지 한승원, 군민잔치 열어
[헤럴드경제(장흥)=박대성 기자] 문학인의 영예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46)의 부친 소설가 한승원(78) 씨가 1일 군민 잔치를 열었다.

한승원 씨가 주최하고 장흥문화원이 함께 마련한 ‘한강 작가 맨부커상 수상 축하연’은 이날 오후 11시부터 장흥읍 건산리 군민회관에서 한 씨의 감사인사와 시 낭송, 판소리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잔치는 한승원 선생이 딸의 맨부커상 수상을 축하해 마련한 것으로, 지역 문학인을 비롯한 문화예술 단체 회원과 마을주민, 이낙연 지사와 황주홍 국회의원, 김성 군수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점심을 함께하며 한강의 맨부커 수상을 축하했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 씨가 1일 축하연을 연 가운데 행사장을 찾은 군민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박대성 기자 / parkds@heraldcorp.com

한 씨는 “지난달 14일 딸이 수상후보 6인에 포함돼 출국했는데, 군수께서 ‘만약 상타면 한 턱 내시라’고 말하길래 덜컥 약속한 것이 이렇게 판이 커져 버렸다”고 겸연쩍어 했다.

 그는 “신문과 방송사에 전혀 알리지 말라고 했는데 장흥문화원장이 이렇게 판을 벌인 모양”이라며 “지금도 동료작가들은 훌륭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책이 안팔려 어렵게 사는 작가가 많으므로 기자분들은 기사를 쓰더라도 너무 떠벌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 씨는 또한 “앞으로 좋은 번역가가 나오고 있기에 한강(딸) 이상으로 후배 작가들이 더 좋은 상을 타올 것으로 믿는다”면서 “집사람(임감오 여사)이 아마 나를 존경했기 때문인지 ‘가난하게 살더라도 이름하나 남기고 살면 됐지’하면서 하고싶은거 하라고 해서 아들 둘, 딸 하나가 전부 소설과 문학쪽에서 일한다”고 가족사를 전했다.

행사를 주관한 장흥문화원은 맨부커를 계기로 장흥을 한국문학의 중심지로서 내세울 참이다.

장흥군은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한국문학관’ 부지 공모에 전남지역 대표자격으로 일찌감치 유치를 신청했다.

‘정남진장흥’은 예로부터 ‘문향(文鄕),의향(義鄕)’의 고장으로 이름을 떨치는 곳이다. 
한강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 씨가 1일 군민 잔치서 축하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박대성 기자 / parkds@heraldcorp.com

작가 한승원을 비롯해 이청준, 송기숙 3명의 중견작가가 장흥출신으로 저명한 현대문학가 24명 가운데 3명이 장흥군 출신이라는 점에서 여타 시군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이날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축하하러 온 마을 주민 김상배(81) 씨는 “(한)승원하고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우리마을에 이런 훌륭한 소설가 부녀가 태어났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흡족해 했다.

김성 군수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은 우리 장흥이 문학의 고장임을 다시 한 번 인정해준 것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문학도시로서의 위상을 드높인 쾌거였다”며 “아시아 최초의 맨부커상 수상은 자랑스런 장흥의 토양정서를 담고 아버지(한승원)의 문학적 DNA를 계승한 것으로 자랑스럽다”고 축하했다.

여류작가 한강이 수상한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은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프랑스 공쿠르상, 노벨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소설가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는 그의 세번째 장편소설로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자신을 식물상태로 만들어 서서히 죽음에 다가간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날 시군순회설명회 참석에 앞서 맨부커 축하연을 찾은 이낙연 전남지사는 “문학은 기술이 아니라 영혼이다. 영혼의 고통과 울림없이는 창작이 안나온다”면서 “한강의 쾌거는 김대중 노벨평화상 이후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분이 아닌가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구 황주홍 의원도 “우리 장흥군만의 경사가 아니고 대한민국 전체의 기쁨이자 영예로 국회일정이 바쁘지만 축하하러 왔다”며 “상금 5만파운드는 우리나라 돈으로 1억원 정도로서 액수가 권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주민들에게 점심오찬 정도는 너끈히 감당할 금액이므로 마음껏 드시라”고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이날의 주인공 한강 작가는 개인 일정으로 축하연에 불참했다.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던 한강 작가는 광주출신으로 풍문여고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1999),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0), 이상문학상(몽고반점), 동리문학상(바람이 분다, 가라), 만해문학상(소년이 온다), 황순원문학상(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등을 두루 수상한 차세대 한국문학의 기수로 평가받고 있다.

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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