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합니다. 철학자의 대답을 원하나요, 아니면 물리학자의 대답을 원하나요? 아마 후자 쪽이라고 생각되는데, 만약 그렇다면 우주의 창조에 관한 빅뱅 이론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대폭발과 함께 우주가 시작된 시점이 바로 시간이 시작된 때이기 때문입니다.
빅뱅은 약 150억 년 전에 일어났습니다. 특이점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점에서 우주의 모든 물질과 공간, 에너지, 시간이 태어났습니다. 그때가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T=0’인 지점입니다. 시간이 시작된 시점이죠.
그렇다면 빅뱅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느냐, 이렇게 물을 수 있는데요. 우주론자는 음의 시간이라는 건 있을 수 없으니까, 다시 말해 T는 음수가 될 수 없으니까,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대답합니다.(이런 식으로 답을 교묘하게 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극점에 서서 북쪽이 어느 쪽이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죠. 거기서 더 북쪽은 없으니 질문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겁니다.
물론 인류의 출현으로 시간이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죽음을 의식하는 인간에 이르러서야 시간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죠. 인간이 출현하기 전 생물에게는 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철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창시자이니까요. 이런 시각에서 보면 시간은 인간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한 번 질문을 더 던져보겠습니다. 시간의 끝은 있을까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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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드라마 '빅뱅 이론'(Big Bang Theory) 중 한 장면/youtube |
우주의 끝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우주가 어떠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하느냐, 아니면 팽창을 계속하느냐 여부입니다. 최근 우주관측에 따르면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주가 계속해서 팽창되고 시간이 영원하다면 우주는 어떻게 될까요?
우주가 무한하게 팽창하니까 은하 간의 거리도 무한히 멀어집니다. 은하는 깜깜한 암흑세계가 될 것이고요. 시간이 흐르면서 보이지 않은 별들이 점점 흩어지는데, 그 결과 이들을 구성하는 물질이 점점 증발해 빛으로 방출되고, 이 빛은 다시 에너지를 잃습니다. 우주의 밀도는 0에 가까워지고 마는 것이죠.
따라서 무한한 시간 동안 우주가 팽창한다면 우주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 곧 시간의 존재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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