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아는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서 미친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출연하는 이국주와 이미지를 놓은 먹방을 선보이는 것부터 전통시장에서 구입한 몸빼 바지를 입고 김장을 담그는 모습 등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털털한 모습은 물론 몸개그까지 예능에서 다른 연예인 못지 않은 감각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사실 한채아는 그동안 각종 드라마에서 도도하거나 성깔 있는 악역으로 등장해 오며 배우의 길을 착실히 걷고 있었다. KBS2 ‘각시탈’부터 SBS ‘내 연애의 모든 것’, 가장 최근 작인 KBS2 ‘장사의 신-객주’에서 여느 여자 배우들이 맡아왔던 예쁜 역할들을 소화했다. 로맨틱 코미디도 아닌 정극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그녀가 때 아닌 예능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낯설고 어색할 거라는 우려와 시원 털털한 성격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이국주와 찰떡궁합 아줌마 콤비를 보여줬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드라마를 통해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쎈 언니’들 틈에서 솔직함으로 승부하는 여배우도 있다. KBS2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에 합류하면서 의외의 캐스팅으로 주목 받은 바 있는 민효린이다. 의외의 천진난만하고 순진한 모습으로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김숙과 홍진경 등 기 쎈 언니들 틈에서도 또 다른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결정적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건 솔직함이었다. 민효린은 방송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며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 때문에 슬럼프에 빠졌다고 눈물 섞인 고백을 했다.
민효린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물’ 그리고 드라마 MBC ‘트리플’, KBS2 ‘로맨스 타운’에서 청순 가련한 여자 캐릭터를 맞아 왔다. 영화 ‘써니’에서는 조금 달랐지만 역시 뭇 남고생들의 우상이라는 설정은 비슷했다. 학창시절의 첫사랑, 우아하고 도도한 여성으로 분했던 민효린은 Mnet ‘칠전팔기 구해라’에서 첫 주연을 맡아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사실 민효린은 가수로 데뷔해 앨범도 낸 바 있다. 청순한 외모의 대명사로 이미지를 굳혔지만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는 의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KBS2 ‘해피투게더3’의 고정 MC로 배우 엄현경이 발탁됐다. ‘해피투게더’는 역대 여자 MC로 이효리, 신봉선, 박미선 등을 배출했다. 특히 신봉선과 박미선은 개그우먼으로 남다른 예능감을 보여준 바 있다. 그 다음 주자는 비교적 새로운 카드였다. 10년만의 예능출연에서 엄현경은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긴장으로 경직돼 있던 과거와 달리 ‘이름을 춤으로 승화하기’로 몸개그를 선보이더니 이어 ‘속사포 랩’ 대결을 펼치면서 숨겨왔던 예능 실력을 폭발시켰다. 방송을 마치며, 엄현경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예능이 잘 맞는다”라고 자신감을 보여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엄현경은 KBS2 ‘굿닥터’, MBC ‘엄마의 정원’에서 조연을 맡았다가 안방극장이 믿고 보는 일일드라마인 KBS2 ‘파랑새의 집’에 채수빈 역으로 출연해 눈도장을 찍었다. 그 이후 KBS2 ‘다 잘 될거야’에서 배우로서 입지를 더 굳게 다졌다. 그러던 와중 예능에 처음부터 고정MC라는 큰 자리가 주어진 셈이다. 우려와 달리 독특하고 엉뚱한 4차원 매력으로 ‘여자 심형탁’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지상파의 예능 PD는 예능에 여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부분에 대해 “예능에 쓸 수 있는 출연자 폭이 넓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출연자 폭을 넓히는 효과와 더불어 시청자들이 미모의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매력을 찾을 수 있다”며 “개그맨들이 웃기는 것과 배우들이 웃기는 건 시청자들의 기대수준이 다르고 느낌도 다르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진 입장에서는 신비주의가 있는 여자연예인들이 예능에 나와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예능에서 신선한 얼굴이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다”며 “시청자들은 평소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소탈한 모습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연예인들은 예능 나와서 이미지 변신도 하고 시청자들에게 공감도 얻을 수 있다. 특히 배우들은 예능에서 이미지 변신을 하면 드라마에서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제작진, 시청자, 당사자인 배우에게도 1석 3조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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