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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임대주택 확대건설이 능사는 아니다
양극화의 그늘에서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주범은 급상승한 ‘주거비용’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8년째 계속되고 있는 전세대란은 청년층 등 사회적 약자의 허리를 휘게 만든 근본 요인이다. 봄 이사철이 지나면서 전세가 상승률이 다소 둔화됐다. 하지만 전세 난민이 돼 외곽으로 밀리고, 억대로 뛰어 오른 보증금을 보증부 월세로 맞서야 하는 주거취약계층의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여야 정치권이 4ㆍ13 총선에서 임대주택 확대건설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정부가 서민 달래기 정책의 단골메뉴로 다양한 이름의 임대주택 건설을 들고 나오는 것도 같은 연유다. 장기 공공임대주택 규모가 전체 주택 재고의 5.5%에 불과, 근본적으로 임차시장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행복주택,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심혈을 기울이고 뉴스테이 등 민간임대주택을 적극 도입해 중산층 주거난을 풀어보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3%까지 치솟고 임차가구의 평균 이사 횟수가 4회, 거주기간이 3년에 불과한 현실 극복을 위해서는 임대주택 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영구임대아파트를 비롯해 국민임대, 공공임대 등 85만 가구에 달하는 공공 임대주택의 관리와 운영 실태를 보면 확대 건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되레 공짜 주거복지 의식만 키우고 임대 주택 이미지만 악화시킬 뿐이다.

이는 주거이동 사다리의 순환구조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커뮤니티 자체가 고사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예컨대 전국에 건설된 19만여 가구에 달하는 영구임대주택의 경우 수급자가 곧 소유주(주인)이라는 의식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다. 심지어 3대째 대물림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자산 증가 등 자격 변화에 따른 퇴출과 차기 주거 취약자의 순환 입주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주변 시세의 17%선에 그치는 전세 특혜(?)를 일부 계층이 전유하는 임대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공공임대아파트 역시 무자격자 퇴출은 고사하고 불법 전대가 20%에 달하는 등 불법과 탈법 주거의 사각지대가 된지 오래다.

임대 주택 확대 건설에 앞서 운영관리 실태 파악과 순환 사다리 구조의 재정비, 출구전략 마련 등의 대수술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최대인 가양동 임대단지는 중형 자동차가 즐비하고 고령화 현상이 뚜렸하다. 퇴출 기준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고령, 장애 등을 우선으로 하는 현행 입주 조건도 단지 활성화 차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고령화에 따른 요양원화 역시 범정부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1인 가구 증가 등의 추세를 반영해 다양한 형태의 리모델링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안도 절실하다. 세대 통합 등 공간 소셜믹스(Social Mix)와 젊은층, 신혼부부 등이 함께 거주해 활력이 넘치는 단지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입주 자격 등에 대한 제도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임대주택에 대한 이미지 개선도 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낡은 임대단지를 재건축해 환경 개선과 함께 가구수를 늘려보자는 일부 여론은 집단화, 슬럼화에 따른 반발만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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