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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치소 인연이 제2범죄로…‘검은 거래’는 가두지 못한 철창
감방 동기로 맺은 인맥이 출발점
범죄기술 공유의 場 된 교정시설
수용정원 초과…관리 사각지대



지난해 12월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회사 상장을 앞두고 있던 정 대표는 어떻게든 구치소에서 나가기 위해 ‘힘있는’ 변호사를 물색했다. 구치소에서 수감생활 중 알게 된 이숨투자자문의 실질 대표 송창수(40) 씨가 어느날 그에게 다가와 넌지시 변호사 한명을 소개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46) 변호사였다. 정 대표는 그렇게 ‘감방 동기’의 말을 믿고 최 변호사와 항소심을 준비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정 대표는 변호사 폭행과 ‘전관 로비’ 논란에 휩싸였다. 출소 한달여를 앞두고 그는 형기 복역 중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으며 또 한번의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투자 사기로 수감 중이던 송 씨 역시 구치소 동료 이모(44) 씨를 통해 최 변호사를 처음 소개 받았다. 탈세, 변호사법 위반, 금괴 밀수, 뇌물공여 등 여러차례 범죄 전력이 있던 이 씨는 구치소에서 송 씨와 인연을 맺었다. 자칭 최 변호사의 사실혼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이 씨는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지자 잠적해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최 변호사를 송 씨에게 연결해주면서 송 씨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수차례 감방을 드나들었던 이 씨는 이번에 붙잡히면 또다시 수감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검찰은 현재 그의 뒤를 계속 쫓고 있다.

이처럼 네 사람이 얽히고 설켜 빚어낸 법조계 최악의 스캔들은 이른바 ‘감방 동기’라 불리는 재소자 시절 맺은 인맥이 그 출발점이었다. 죄수복을 입은 채 철창 뒤에서 맺은 인연은 쉽사리 끊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제2, 제3의 범죄를 모의할 만큼 끈끈한 동기애로 이어졌다.

때문에 교정시설이 오히려 수형자들 간 범죄기술을 공유하고 범행을 모의하는 창구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죄수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교정시설은 동시에 재소자의 교화와 출소 후 재기를 도와야 하는 책임까지 짊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무부가 매년 발표한 ‘법무연감’에 따르면 출소자 중 3년 이내 재복역자 수는 연간 5500명 수준이다. 재범률은 10년째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죄명별 재복역률’을 보면 마약류 범죄(46.0%)가 최다 비중을 차지했다. 절도(41.3%), 강도(23.7%), 폭력(23.5%), 성폭력(18.3%)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특수절도와 주거침입 등으로 수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김모(52) 씨는 교도소에서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가게 비상구쪽 출입문이 정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하고 쉽게 망가진다’는 점을 듣고 출소 후 절도 행각을 벌이다 올해 2월 경찰에 붙잡혔다. 결국 출소 넉달만에 김 씨는 다시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이같은 범죄학습의 우려는 소년범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현재 19세 미만 소년범 중 미결수는 성인 미결수와 함께 수용되고 있다. 올 2월에도 또래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해 특수강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충남지역 10대 10명이 성인 재소자들과 같은 방에 수용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소년범을 성인범과 분리된 별도의 방에 수용한다 하더라도 같은 수형시설에 있을 경우 성인범과 접촉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1월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 등은 ‘범죄학습과 악풍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19세 미만의 미결수를 수용할 별도의 소년구치소를 설치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밖에도 교정시설의 수용정원 초과로 교도관들의 관리감독이 어려워지면서 수형자 간의 ‘검은 교류’를 차단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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