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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중소 협력업체들 “롯데홈쇼핑 아닌 중소기업에 내리는 벌”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저희도 마찬가지고 롯데홈쇼핑만 바라보는 중소 협력업체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 매일 오전 오후 3시간씩 6시간을 뺀다 하면 중소기업더러 죽으란 말이죠.”

미래창조과학부가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오전8~11시, 오후8~11시)대 방송 송출을 6개월간 금지하는 제제를 내리자 롯데홈쇼핑 중소 협력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는 “롯데홈쇼핑이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에 내리는 벌”이라며 격앙된 반응이다.

지난해 롯데홈쇼핑의 프라임타임 시간대 매출 1조934억 중 40% 가량인 4323억원이 중소 협력업체 매출이다. 그 동안 롯데홈쇼핑에 의존하던 중소 협력업체들은 미래부의 이번 결정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롯데홈쇼핑이 미래부로부터 프라임타임 6개월 방송 송출 금지라는 방송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홈쇼핑 사옥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여성 패션 잡화를 제조해 롯데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는 김학인(57) 대표는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백화점 협력업체들이야 탄탄하고 큰 곳이 많지만, 홈쇼핑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곳들”이라며 “대기업(롯데홈쇼핑)은 6개월 영업 안 한다고 해서 망하진 않아도 중소 협력업체들 망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는 전체 매출의 약 90%를 롯데홈쇼핑에 의존하고 있다.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나머지 10%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6개월이란 ‘보릿고개’를 버티기엔 역부족이다. 김 대표는 “당장 다른 홈쇼핑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상품 준비 기간이 보통 6개월”이라며 “기존 브랜드와 상품을 가지고 들어가고 싶어도 다른 홈쇼핑들은 자신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해 받아주지도 않는다”고 호소했다.

롯데홈쇼핑을 통해 여성 구두를 제작ㆍ판매하는 유리미디어의 유연수(47) 대표도 “매출이 가장 집중되는 황금 시간대에 방송을 못하게 되면 이미 제작해놓은 여름ㆍ가을 상품부터 타격을 입는다”며 “롯데홈쇼핑 고객에 맞춰져 있는 디자인을 CJ오쇼핑 등에서 받아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우 100%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판로가 막히면 결제를 못 해주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며 “자칫 2차, 3차 피해자까지 생길 수 있는 상황인데 이를 내다보지 못하는 미래부의 탁상행정에 황당할 따름”이라고 했다.

실제 롯데홈쇼핑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협력업체 전체 850여개 가운데 560개가 중소기업이다. 이 중 173개사는 롯데홈쇼핑과 독점 거래를 하고 있다. 프라임타임 영업 금지 조치는 이들 업체의 매출 하락과 재고 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른 홈쇼핑으로 옮겨 가거나 프라임타임에서 비(非) 프라임타임으로 옮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특히 프라임타임에 편성된 업체 수만 총 360개. 중소기업은 과반수를 훌쩍 넘는 221개다. 한계가 여실하다. 자칫 비 프라임타임 대에 있던 협력업체들까지 도미노 피해를 볼 수 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은 상품 제안부터 방송까지 3주 정도 걸려 이미 쌓인 재고 문제도 있고, 창고 임대 비용, 인건비 등까지 감안하면 중소협력사들이 문을 닫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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