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서병기의 연예톡톡] ‘또 오해영’, 4명 모두 구제해주는 사각멜로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멜로 드라마에서 삼각관계 외에도 사각관계가 생기는 것은 선악구분이 희미해진 캐릭터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사각관계는 잘만 활용하면 삼각관계에서 담을 수 없는 정교한 심리묘사가 이뤄질 수 있다. 사랑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사각멜로가 반드시 삼각멜로보다 더 정교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캐릭터 특성만 부각시켜주고 자신은 용도폐기되거나, ‘거들 뿐’인 캐릭터가 1~2개가 나오는 ‘무늬만 사각관계’도 있다.

하지만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네 사람을 모두 사랑의 주체로 만들어 각자 자신들의 심리를 주도적으로 끌고가고 있다. 선악과 관계 없이 4인의 멜로심리를 다 담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또 오해영‘은 이 어려운 일을 해내며 멜로관계가 좀 더 쫄깃해지는 멜로 드라마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기존 멜로에서는 에릭(박도경)과 서현진(그냥 해영)의 주된 사랑이야기에 전혜빈(예쁜 해영)과 이재윤(한태진)이 곁다리로 끼여들어가 있는 형태를 띠기가 쉽다. 사각관계에서 1~2명은 형식적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또 오해영’도 형식적으로는 그런 틀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의 분량과 관계없이 4명 모두 자신이 중심이 된 멜로의 이야기를 끌고가고 있다.

네 명중 서현진은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멜로의 중심축이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일과 사랑, 인간관계에서 자주 치이는 여성, 더 예쁜 여성과 비교당하는 서현진의 사랑을 보여주는 게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서현진은 일반 여성을 대변한다. 서현진은 파혼 당하고 엉망진창이 된 모습을 공감가게 연기해 감정이입하게 했다. 예쁜 척 하지 않아서 오히려 예쁘게 보이는 ‘그냥 해영’이다.

에릭이 연기하는 박도경은 초능력을 지닌 매우 예민한 남자다. 동해 소리와 서해 소리가 확실히 다른 걸 알고 있는 남자다. 무심한듯 하면서도 서현진의 생일을 챙겨주지만 일반적인 츤데레는 아니다. 해영과 관련된 미래를 볼 뿐만 아니라 점점 자기 자신도 큰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정신과 의사와 계속 상담하는 그런 남자다. 에릭은 멜로적 관계에서도 서현진이 “언젠가 나때문에 울거야”라고 말했던 그상황 대로 될 것 같다고 믿는다.

에릭과 서현진은 각각 결혼전 정혼자에게 차인(?) 경험이 있다. 에릭이 서현진에게 잘해준 것은 “짠해서 좀 챙겨줬어”라고 겉으로 말했지만, 마음속은 훨씬 더 복잡하다. 

도경과의 결혼을 스스로 깨뜨렸던 ‘예쁜 해영‘에게도 엄청난 상처와 결핍이 있었다. 이미 ‘예쁜 해영’이 숨도 못 쉴 듯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혜빈 캐릭터도 구제 시킬 떡밥을 마련해놓았었다. 에릭 엄마의 대사인 “(전혜빈은) 지네 부모에게 버림받고...사랑받으려고 너한테 살랑살랑~”이라는 말로 전혜빈 캐릭터는 완벽하게 이해됐다. 전혜빈은 예쁜 척하며 서현진의 연애를 방해하는 악녀 캐릭터가 아니다.

이 드라마는 남자(여자)를 차버린 여자(남자)들의 귀책사유가 자신들에게 있지 않음을 보여주며 그 행위를 했던 사람을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서현진의 약혼남이었던 이재윤(한태진)은 서현진에게 결혼식 전날 “네가 밥 먹는 게 꼴보기 싫어졌다”고 말하고 떠났다.에릭도 한태진의 차를 고의로 박으며 “아무리 망했어도 어떻게 그렇게 말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여자한테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

여기서 앞으로 재밌는 멜로적 상황을 예측해볼 수 있다. 자신의 사업이 망하면서 감옥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던 한태진은 차마 약혼자에게 그런 말을 못하고 파혼을 해버리고 스스로 그녀를 떠났다. 그런데 그의 사업을 망하게 한 것은 서현진의 현재 남자 박도경이다. 앞으로 서현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랑의 전선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이게 궁금해진다.

한태진은 출소하고 서현진을 만나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할 이야기가 많다. 그도 서현진에게 욕망을 주장할 수 있게됐다. 멜로 갈등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재윤은 오랜만에 썩 괜찮은 배역을 맡은 것 같다.(이재윤이 초반 최강희와 결혼하고 바로 죽었다가 드라마가 끝날때쯤 살아돌아온 50부작 ‘화려한 유혹’보다 훨씬 진화된 배역이다)

이재윤이 서현진에게 했던 말 “네가 밥 먹는 게 꼴보기 싫어졌다”는 말은 이제 전혀 다른 의미가 돼버린다. 절절한 멜로 멘트가 될 수 있는 말이다. 사랑했기에 이별했다는 고전적 멘트의 현대 로코식 표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사각멜로에서 네 명을 모두 구제해주는 ‘또 오해영‘, 좋지 아니한가.


/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