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샤를 와그너 지음, 문신원 옮김, 판미동)=최근 유행이 되고 있는 ‘심플라이프’의 원조이자 바이블. 영감어린 저술 활동으로 프랑스 개혁신앙에 큰 영향을 미친 진보적인 목사 샤를 와그너가 바스티유 빈민가 작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며 저술한 책이다. 1895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된 이 책은 존재의 행복과 힘과 아름다움은 단순함의 정신에 그 원천을 두고 있으며, 단순한 삶이 곧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프랑스 한 가정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난한 풍경을 통해 가장 행복해야 하는 시긴에 복잡한 준비과정으로 피폐해지고 사랑마저 흔들리게 되는 모습을 서두에서 꺼낸 저자는 일하는 동기가 오로지 월급이 전부인 사람들에 대한 비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갈수록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소유욕 등에 대해 지적해 나간다.
▶그런 일(안도현 지음, 삼인)=“시인을 핍박하는 시대가 한 구비를 돌 때까지 시를 쓰지 않겠다”고 손을 놓은 안도현 시인이 산문으로 돌아왔다. 14년에 걸쳐 써온 산문들이다. 그 속에는 시인의 성장기부터 지금까지 50여년의 그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책은 시와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는 시와 문학이 세상의 눈으론 ‘헛것’을 쫒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삶을 돌아보게 하거나 지친 이에게는 이 세상이 살아볼 만한 곳임을 가르쳐”준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세계와 사람들 속에 피가 돌게하는 없어서는 안될 양식이라는 것. 그에게 좋은 시란 “시간을 녹여서 쓴 흔적”이 있고, “말 하나에 목숨을”거는 시이며, “가슴과 손끝으로 하는 연애”같은 시다. 각 글에는 작가의 시편들이 전문 인용돼 한 권의 조촐한 시집을 읽는 즐거움을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