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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갑다 한국소설!, 독자들이 돌아왔다…베스트셀러 줄줄이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마침내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26일 발표한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 지역서점 9곳을 통합 집계한 주간 베스트셀러( 5. 18. ~ 2016. 5. 24.)를 보면,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수상 이후 1주일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국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건 2013년 조정래의 ‘정글만리’ 이후 무려 3년만이다. 광주사태를 그린 한강의 2014년 출간된 소설 ‘소년이 온다’도 4위에, 지난 25일 출간된 신작 소설 ‘흰’도 단숨에 베스트셀러 12위에 뛰어오르며 ‘한강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이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는 유사 이래 처음이다. 정유정의 신작 ‘종의 기원’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모처럼 한국소설이 날개를 달았다. 

▶한국소설 3년만에 베스트셀러 1위=한국문학이 베스트셀러에 모습을 나타낸 건 실로 오랜만이다. 2014년, 2015년은 한국소설의 암흑시대였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한국소설울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두권 정도가 반짝 얼굴을 내밀었다 사라졌다. 그러니 베스트셀러 1위 자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빈 자리를 외국소설들이 호기롭게 휩쓸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공중그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오베라는 남자’ 등 이국적인 맛에 빠진 독자들은 아예 한국소설은 잊은 듯했다. 도서정가제 이후 독자들의 이탈은 더 커졌다. 출판계의 한숨 소리가 커졌다. 그게 바로 한달 전 까지의 상황이다.

이런 터에 지난 4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책을 찾는 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5월 최종후보군에 포함되자 책 판매량은 20배로 뛰었다. 그래도 숫자는 미미했다. 17일 상황은 급하게 돌아갔다. 수상 직후 주문이 폭주했다. 출판사와 서점이 갖고 있던 재고가 6시간만에 바닥났다. 시간당 판매 최고속도를 기록했다. 다시 인쇄에 들어가기까지 하룻동안 서점가 매대는 텅 비어버렸다. 서점 관계자들은 미리 준비하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책이 공급되면서 독자들도 빠르게 늘어 현재 35쇄 46만부를 찍었다. 한강의 전 작품이 인쇄에 들어갔다. 인쇄소 세 곳에서 매일 인쇄기가 돌아가고 있다.

출판계는 ‘한강 현상’이 그동안 ‘한국소설의 실종’이란 오명을 벗고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인근 직장인 이 모 부장은 “직원에게 한권씩 책을 사주려고 나왔다”며, “평소에 소설책을 읽지 않았는데, 이참에 읽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강 현상’을 긍정적 신호로 바꾸려면=‘7년의 밤’의 작가 정유정도 신작 ‘종의 기원’으로 한국소설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예약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진입한 ‘종의기원’은 출간 2주만에 8만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소설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들도 신작소설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소설가 한수산이 뜨거운 이슈인 일본 징용한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군함도’를 냈고, 밀리언셀러 작가 조정래도 여름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소위 ‘되는 작가’ 몇몇에 집중돼 있는게 사실이다.

한강 역시 맨부커상 수상 전에는 책이 많이 팔리던 작가가 아니었다. ‘채식주의자’가 11년동안 판매된 부수는 2만부가 전부였다. 한강의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얘기다.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흘러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몇몇 베스트셀러만 찾고 출판사는 되는 작가만 미는 악순환의 고리가 출판시장의 위축을 가져온 셈이다. 이는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태’로 ‘문단권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제기된 숙제로 남아있다. 출판사들이 문호를 넓혀 의외성있는 작품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선 대형서점들도 책과 독자와의 첫 만남인 서점의 매대를 넓히고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자들의 취향과 호흡하는 이야기 스타일에 대한 노력은 작가의 몫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자기계발서만 읽던 사람들이 소설로 돌아오고 있다는 건 긍정적 징후다.독자들이 우리 소설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갖도록 함께 노력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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