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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해운 용선료 낼 실탄 '바닥'…향후 구조조정 시나리오는?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한진해운에 배를 빌려준 외국 선주 3곳이 한진해운을 상대로 첫 ‘실력 행사(선박 억류ㆍ arrest)’에 나서면서,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결국 터질것이 터지고 말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6일 해운업계,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용선료를 몇달째 연체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은건 최근일이 아니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자율협약 기간에 쓸 운영 자금 지원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이 이를 강하게 거부하면서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한진해운이 제3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가입에 성공하고,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안을 통과시킨 이면엔 이같은 유동성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선박 억류 줄이을수도=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선박이 억류된건 용선료가 연체 상태였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8만2158 DWT급 벌크선인 한진 패라딥호(HANJIN PARADIP)를 남아공 더반 연해상에서 억류한 선주들은 듀케일 마린(Ducale Marine Inc), 플로랄 마린(Floral Marine Inc), 코이리아쉽 매니지먼트(Kohylia Ship Management S.A) 등 3곳이다. 이들은 현재 200만달러(24억원)의 용선료 연체로 법원에 중재를 요청해 선박을 압류했다.

이번에는 200만달러 연체로 선박을 억류했지만 2000만달러(240억원) 연체 건도 법원에서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체금 규모가 10배에 달하고, 참다 못한 선주들이 최후의 수단을 꺼낸 상황이라 선박 압류가 줄이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은 나비오스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관계사들로, 간접적으로 향후 한진해운과 나비오스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나비오스는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벌여야할 해외 선주 중 1곳이다. 나비오스 관계사들이 선박 억류라는 초강수를 꺼낸터라 나비오스도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선주 한곳이 선박 억류라는 초강수를 띄운 가운데, 다른 선주들이 가만히 있을지도 알 수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벌크선 억류지만 컨테이너선 억류로 확산되면 한진해운이 가입한 해운동맹에서도 퇴출될 우려가 제기된다. 컨테이너선에는 수많은 화주의 짐이 실리기 때문에 같은 동맹에 속한 선사 입장에선 ‘한진 리스크’를 신경쓸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 측은 “유동성 부족으로 용선료 지급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일”이 라며 ”벌크선은 화주와 선주, 용선주가 각각 한 곳이라 한 배에 수많은 화주의 짐을 실은 컨테이너선과는 달리 영향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연체금 대체 얼마?=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현재 1000억원이 넘는 용선료를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다음달엔 이 연체금이 2000억원대로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진해운이 올해 지불해야할 용선료는 9288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이 팔수 있는 자산은 다 팔고,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운영자금을 요청한 것도 용선료 연체금부터 갚으려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캐나다의 선주사인 시스팬이 공개적으로 한진해운이 컨테이너선 3척의 용선료 1160만달러(137억원)를 연체중이라고 밝히면서, 한진해운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드러났다. 문제는 시스팬 한 곳에만 연체한건 아닐거라는 점이다. 공개된건 시스팬이지만, 업계에선 다른 선사들도 연체금이 있을 것으고 보고있다. 항만 이용료, 유류비 등 밀린 운영자금까지 더하면 연체금 규모는 더 불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15일 이상 용선료를 연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 한진해운이 장기간 용선료를 연체하면서 선주들을 참을 수 없는 상태까지 몰고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동맹 퇴출 가능성도=그동안 한진해운은 해운동맹에 가입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상선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대외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한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

만일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성사시키고 31일,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까지 통과되면, 해운동맹 가입을 타진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상선 측은 제3동맹에서 탈락했을 당시 ”현재는 자율협약을 진행중인 상황이고 몇가지 허들을 넘고 채권단의 채무재조정으로 부채비율이 200%대로 떨어지면, 해운동맹 가입도 타진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하팍로이드를 중심으로 결성된 ‘디 얼라이언스’ 쪽도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를 이뤄내면 동맹 가입을 타진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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