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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자수성가 억만장자 20년새 45%→70% 급증…그 중심은 미국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양극화는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골칫거리다.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이 올해 초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 단 62명의 부자가 전 세계 인구의 반이 가진 부와 같은 양을 소유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각 산업이 소수의 공룡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게 되면서 승자독식의 구조가 고착화되고, 거부들은 점점 더 거부가 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진다. 더 많은 자본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자본을 축적하기도 더 좋은 상황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통계를 들여다보면 다행스러운 점도 발견된다. 도전정신과 추진력,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부호들이 과거보다 오히려 더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미국의 자수성가 부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가 최근 이같은 트랜드를 반영한 새로운 리포트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의 억만장자 리스트로부터 얻은 정보를 포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 동안의 자료를 전 세계를 유럽, 라틴 아메리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남아시아, 동아시아, 그리고 앵글로 국가들(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렇게 총 6개의 지역적 카테고리로 분류해 부자들의 숫자, 부의 원천이 된 산업, 부자들의 출신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역시나 억만장자들의 부는 지난 몇십년간 계속해서 급등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전체적인 부와 실제 자산은 대략 1990년대 1조달러에서 2009년 9월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까지 3조달러로 증가했다.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며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양상을 나타내다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5조달러까지 늘었다.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년동안 전 세계 부호들의 순자산은 증가해왔다.

새로운 억만장자 역시 크게 늘었다. 특히 중국과 같은 개발 도상국에서 많이 등장했다.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발전 속에 개발도상국 출신 억만장자들의 부는 1996년에 5000억달러 미만에서 2015년에는 2조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단 몇 십년만에 선진국 출신 부자들을 위협할 만큼 신흥국의 부자들이 성장한 것이다.

지난 20년동안의 부의 흐름 중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자수성가 부호들의 증가다. 2014년의 경우 전 세계 억만장자들을 자수성가와 상속 부호로 나눴을 때 무려 70%가량이 자수성가 부호였다. 이는 1996년 45%에서 비해 상당히 늘어난 수치다.

자수성가 부호가 급격히 늘어 70%가량을 차지한다.

자수성가 부호의 급증에는 이유가 있다.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바람이 분 중국, 인도 등에서 지난 20년새 새로운 ‘창업자 부호’들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이다. 개발도상국 뿐 아니라 선진국인 미국에서 자수성가 부호들의 부가 많이 늘었다. 억만장자들의 전체 자산 중 상속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에는 50%를 웃돌았지만, 2014년에는 30% 미만으로 줄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정보기술 기반의 새로운 산업들이 커지면서 낡은 산업의 부호들이 뒷걸음질 하고 새로운 부자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부가 상속되는 비중이 줄어든 점도 미국의 독특한 포인트다. 미국의 경우 전통의 기업들이 창업 4세대에 접어들면서 상속되는 자산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후손들이 회사 지분을 일부만 소유한 상태에서 회사와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거나, 회사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유럽의 상속 부호들은 2세대 뿐 아니라 3세대, 4세대까지 계속해서 재산을 물려줌으로써 여러 세대에 걸쳐 상속된 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유럽 부호들 중 20% 이상이 4세대 이후까지 부를 상속했다. 미국의 경우 10%가 되지 않는다. 

유럽의 경우 여러 세대에 걸친 상속 부호가 많다.

기업의 수명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했다. 유럽 부호들의 회사 경우 관련된 회사의 평균 연령(중간값)이 91세에 이르렀던 반면, 미국은 76세에 그쳤다. 유럽의 기업들이 더 오래 생존했지만 그만큼 연로했다는 의미다. 기업을 경영하는 부호들의 나이도 유럽은 중간값이 61세 였던 반면 미국은 42세다. 거의 2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간단히 보면 미국 경제가 유럽 경제보다 더 젊고 활력있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의 자수성가 부호 차이가 확연하다.

그럼 미국의 자수성가 부호들은 어떻게 부를 축적했을까. 주요 원천은 테크와 금융이었다. 미국의 경우 억만장자들 중 테크 부호들의 수가 총 56명으로 전체의 12%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유럽은 테크 부호가 17명으로 5%에 불과했다. 금융도 비슷했다. 미국은 억만장자 인구의 40% 이상이 헤지펀드를 비롯한 금융업으로 부를 이뤘다. 유럽은 14%, 그외 나라들은 12%가 금융업 출신 부호 였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산업이 미국 경제의 확실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경제의 불평등성을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미국과 유럽을 비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기존의 산업구조가 고착화된 곳’으로 읽혀지는 반면, 미국은 ‘빠르게 바뀌는 산업 구조의 흐름을 잘 읽고 변화에 잘 적응한 사회’로 볼 수 있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이어지던 ‘자본이 자본을 만들어 내는 사회’가 2000년대 이후 ‘기술과 자본이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흐름’으로 변화한 것을 미국이 세계 여느 나라보다 빨리 읽어내고 적응했다는 의미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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