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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살인’ 흥분한 오프라인·차분한 온라인
남녀대결구도 반대 폭행물의
일부 과격행동으로 의견분출
SNS는 고해성사등 공감대 확산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오프라인ㆍ온라인에 추모공간이 마련된 후 양쪽의 분위기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폭행사건이 발생할만큼 격렬해지기도 하는 오프라인의 추모공간과 달리 온라인 발언대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진솔한 대화’가 일어나고 있는 흐름도 감지된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 만들어진 추모 공간. 갑자기 강남역 10번 출구가 화제로 떠올랐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사건 직후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엔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이곳에서 다수의 시민들은 이번 살인 사건의 원인을 피의자의 ‘여혐(여성혐오)’으로 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혐에 대해 지적했다. 급속도로 커져가는 여혐 반대 분위기 속에 다른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나섰지만 여혐 반대 세력들과 충돌을 빚었다. 지난 22일엔 추모현장에서 한 여중생이 ‘남혐ㆍ여혐 싫다, 서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가 폭행 당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20일에는 분홍색 코끼리 인형 탈을 쓰고 남녀대결 구도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외치던 김모(31) 씨가 일부 추모객들에게 강제로 탈을 벗기려하는 등의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추모공간에서 여혐에 반대하는 발언은 일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직접 충돌하면서 과격한 양상으로 분출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온라인 추모공간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SNS 페이스북에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다. 관리자는 “(이 페이지는) 이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젠더 권력문제에서 유발된 혐오, 폭력, 차별, 사회인식, 그 모든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발언자들은 ‘여혐’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오프라인 발언자들과 달리 ‘자신’의 얘기를 고해성사하고 있다. 발언자가 과거에 당했던 성적 피해 경험을 고백하고 그 속에 부족했던 성 인식, 왜곡된 어른들의 성교육 등에 대한 고백을 하고 있다. 

이같은 발언자들의 고백에 댓글들도 피해여성에 대한 위로, 잘못된 성 인식에 대한 개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남성 발언자들도 자신들이 과거부터 봐온 성차별적 사례들을 고백하며 미숙한 성인식 문제에 공감하고 있다.

페이스북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지에서 한 남성 발언자가 자신이 겪은 성차별적 사례들을 고백하며 미숙한 성인식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캡처본]

 한 14살 남학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발언자는 "지난 달 학교에서 친구가 다른 학교 여학생과 성관계를 맺고싶다 말해서 교감선생님께 말씀 드렸더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여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직접 말했고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은 오히려 나에게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14살 여학생이 버젓이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댓글에는 "나보다 낫다", "못난 어른이라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이스북 특유의 ‘익명성’이 쌍방향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강남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여성단체들의 모습은 대화라기 보다는 일방적 의사 표시에 가까워 자신의 메시지도 큰 반감을 사는 것”이라며 “페이스북에 개설된 발언대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익명성에 기반한 진솔한 얘기는 이야기의 진실성을 더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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