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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윤삼수 시도쉬핑 (홍콩) 한국 대표] 현대상선 살려야 그들도 산다
침몰 위기에 몰린 한국의 대표적 해운사 현대상선의 회생여부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외국의 대형 선주들이다. 영국의 ‘조디악(Zodiac)’과 그리스의 ‘다나오스’, ‘나비오스’ 및 ‘CCC’, 그리고 싱가포르의 ‘이스턴 퍼시픽’ 등 5개 해외 선주사가 그들이다. 이들 선주사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현대상선과 용선료 담판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협상단을 대표하는 선주사는 조디악(Zodiac).

조디악은 컨테이너 39척, 화물선 28척, 유조선 17척, 자동차 전용선 11척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선박 124척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개인 선사로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샹하이, 도쿄, 뭄바이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유럽의 대형 선주사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운업을 장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형 선박 발주 등을 통해 조선업계에도 막강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제대로 된 선주사 하나도 없고 해운사도 규모나 역사,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유럽, 중국, 일본의 선사들과 비교가 안 된다.

현대상선 문제가 터지기 몇 달 전 조디악의 CEO 에얄 오퍼가 한국을 방문, 해운업계 관계자를 만나고 돌아갔다. 이 자리에서 그는 매우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해운업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그 동안 어려운 현대상선에 많은 선박을 조달해 줬다. 현대 상선이 용선료 인하를 요청하는데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우리도 선박을 건조할 때 많은 융자를 받은 탓에 매달 용선료를 받아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는 형편” 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용선료를 인하해 주려면 해당 선박 융자금 대부분을 일시불로 갚아야 하는데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다.

해운업은 리스크가 큰 비즈니스다.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한다. 관습과 법이 다른 세계 각국의 해운사를 상대하다 보니 선주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용선계약서를 촘촘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해운 변호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현대상선과 용선료 인하 협상 중인 선주사들은 ‘1진’ 조디악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조디악이 용선료를 내리면 따라간다는 방침이다. 존망의 기로에 선 현대상선은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인하의 당위성을 주창하며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날리고 있다. 이 현대상선 공격의 칼날을 조디악이 앞장서서 막강한 해운 변호사들로 막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상선은 조디악의 방패를 뚫어야 살수 있다.

법적으로 조디악을 이길 방법은 없다. 그러나 다행히 조디악도 현대상선이 처한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한다. 또 현대상선이 용선료 30%를 깎아 달라는 요구가 무리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전 세계 불경기로 선박 용선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지금 계약 기간이 끝나는 배는 용선료를 20-30% 깎아줘야 재계약이 된다.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얘기다. 조디악 등도 현대상선과 결별하면 어디든 재용선을 주겠지만 가격은 30% 이상 내려야만 한다. 현대상선이 계약기간이 남아있기에 약자일 뿐이다.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말이 있다.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한꺼번에 많은 고기를 얻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 그 연못에서 고기를 잡지는 못한다. 일시적인 욕심에 눈이 멀어 앞날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꼬는 고사성어다.

현대상선은 그들 선주사들에게 지속적으로 고기를 공급하는 연못이다. 이 연못의 물을 다 빼고 나면 조디악과 외국 선주들은 그 많은 배를 어디에 띄울 것인가.

그들에게 한마디 해 주고 싶다. “현대상선을 살려 줘야 당신들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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