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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군사회담 제의로 ‘일타삼피’ 효과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24일 또 우리 정부에 전통문을 보내 남북 군사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이상 행태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20일부터 국방위원회 공개서한, 인민무력부 통지문, 김기남 노동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담화, 원동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담화, 김완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장 담화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는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보낸 통지문과 같은 내용을 24일 다시 보내왔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되지 않는 이상 남북 대화는 의미 없다는 메시지를 되풀이하고 있는데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줄기차게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마치 한 여성을 스토킹하는 남성처럼 북한의 ‘러브콜’은 끈질기면서도 일방통행적이다.


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도가 지나친 행태를 반복하는 것일까.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군사회담 지시, 한국이나 미국 내부 균열 노림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여파 최소화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7일 열린 제7차 당대회에서 남북 군사회담 개최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부터 우리 정부에 대화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김정은 1인 지배체제가 굳어진 북한에서 김정은의 명령이 절대적 권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국방부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기습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정은이 지시를 했고, 북한은 그 지시를 이행하는 절대명령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군사회담이 김정은의 지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명분이나 논리 없이 북한 당국이 끊임없이 우리 정부 측에 대화를 언급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은 당대회에서 핵보유국을 자처한 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비핵화 선행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저의가 실제 대화에 있지 않고 김정은의 명령 이행에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대화의 진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김정은의 지시만 이행하는 행태가 그래서 나오는 걸로 보인다.

대화를 제의함으로써 대화 상대인 우리 정부나 미국 내부의 의견 분열을 조장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하며 긴장 국면을 극대화시켜왔던 북한이 이번 국면에서 한국이나 미국 내부에 조성된 공포감을 극대화해 협상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대화를 제의함으로써 한국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대북 제재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공포감을 조장함으로써 한국이나 미국 내부의 ‘대화 요구’ 여론을 고조시키고, 이를 통해 한국이나 미국이 협상에 응하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길이 열려 좋고, 아니라도 최소한 한국이나 미국 내부의 의견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또한 만약 대화 국면이 열리게 되면 북한은 당장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대화 제의는 하나도 잃지 않고 최대 3가지를 얻을 수 있는 ‘일타삼피’의 카드인 셈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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