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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첼 야마가타 내한 콘서트, 어쿠스틱부터 댄스, 랩까지… 관객석 ‘들었다 놨다’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부드럽지만 강한 피아노 소리가 시작을 알렸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피아노 위로 스포트라이트 조명이 떨어졌다. ‘설마’했지만 ‘역시’나 였다. 전주 단 한 마디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한국 팬들을 위해 고른 첫 곡은 ‘비비 유어 러브(Be Be Your Love)’였다.

지난 24일 오후 8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레이첼 야마가타(Rachael Yamagata)가 내한 공연을 가졌다. 2004년 발매한 데뷔 앨범 ‘해픈스텐스(HAPPENSRANCE)’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앨범 ‘어쿠스틱 해픈스텐스(ACOUSTIC HAPPENSRANCE)’ 발매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레이첼은 국내에서 각종 드라마 OST와 광고 음악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다. 그 인기를 증명하듯 이날 공연은 2014년, 2015년에 이어 또 다시 1100여석 모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사진= 엑세스 제공]

마지막 곡일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지만 첫 곡부터 관객들은 이미 레이첼의 목소리에 흠뻑 젖어 들고 있었다. ‘비비 유어 러브(Be Be Your Love)’는 2006년 국내 핸드폰 TV 광고에 삽입된 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 곡이다.

“안녕하세요.” 서툰 한국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너무 그리웠어요. 와줘서 고마워요. 오늘 전석 매진이래요.” 만석 공연장이 환호로 가득 메워졌다. “여기가 올림픽 공원 레슬링 경기장이라는데, 여기서 레슬링 하면 되는 건가요?” 레이첼이 너스레를 떨자 일렉 기타가 거들었다. “나랑 레슬링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 바로 올라와요.” 감미로운 노래 선율에 취해있던 관객들은 웃음으로 취기를 달랬다.

[사진= 엑세스 제공]

“쉿, 비밀이에요.” 레이첼은 관객들에게 지난 사랑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 곡은 전 남자친구를 위해 만든 노래에요” 두 번째 곡 ‘오버(Over)’를 부르기 전 고백이다. ‘딜브레이커(DealBreaker)’와 ‘1963’은 ‘또 다른 전 남자친구(another ex-boyfriend)’를 위해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관객들은 곡에 빠져들다가도 또 웃기를 반복했다.

이날 레이첼은 첫 무대부터 ‘이래도 되나’싶을 만큼 한 곡 한 곡에 모든 감정과 에너지를 쏟았다. 중반도 채 안됐지만 레이첼의 흥 역시 막아낼 수 없었다. 경쾌한 멜로디의 곡 ‘사이드디쉬 프렌드(Sidedish Friend)’에서 레이첼은 밴드의 연주와 함께 무대 위를 누비며 춤을 췄다. 관객석도 덩달아 들썩였다.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예요.” 밴드는 퇴장했다. 레이첼은 기타 하나를 들고 홀로 마이크 앞에 섰다. 비비 유어 러브(Be Be Your Love)‘에 이어 2010년 MBC ’지붕뚫고 하이킥‘ 엔딩곡으로 화제를 모았던 ’듀엣(Duet)‘의 어쿠스틱 버전이었다. 일부 관객들은 눈을 감고 노래를 음미했다. 기타 하나와 레이첼의 목소리 단 둘이 만들어 가는 무대였다. 신나는 밴드 화음과 달달한 어쿠스틱을 오가는 냉 온탕의 현장이었다.

“하나 실험을 할 거예요. 처음으로 해보는 거예요.” 레이첼이 마이크를 놓고 무대 앞으로 다가왔다. 밴드의 각 세션들도 악기를 놨다. 일렉 기타 세션과 키보드는 통기타를 맸다. 드럼 세션은 탬버린을 들었다. 드럼 소리 대신 발 구르는 소리가 박자를 맞췄다. 사람들의 박수가 그 위에 소리를 얹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넓은데 잘됐다”며 무대 아래로 내려와 객석의 첫 번째 줄 의자 위에 올라섰다. “준비 됐어요?” 이날 레이첼은 총 세 곡을 밴드 사운드와 마이크 없이 선보였다. “이럴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여러분이 저한테 영감을 줘서 이렇게 됐어요.” 레이첼은 급기야 목이 쉬었다. 모든 열정을 이 무대 위에 쏟아 붓고 있었다.

[사진= 엑세스 제공]


“여기 오는 비자 때문에 여권을 봤는데 한국에 온 게 9번 찍혀있더라고요. 그건 제가 9번 왔다는 거죠?” 레이첼은 “이젠 한국이 내 집 같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우연히 TV를 보다 ’MC스나이퍼‘를 보고 반했다”는 고백도 함께였다. 마지막 곡으로는 다음 앨범에 수록될 신곡을 깜짝 공개했다. ’노바디(Nobody)‘라는 곡이었다. 곡 중간에 에미넴의 랩이 커버로 삽입돼 있어 레이첼의 랩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일어선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환호를 보냈다.

무대 조명을 꺼졌지만 관객석에서 ’앵콜‘이 터져 나왔다. 계속된 ’앵콜‘ 떼창에 레이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앉아도 될까요?” 무대 앞 중앙에 걸터 앉았다. 레이첼은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관객석도 절절한 감동을 박수로 전했다. ’폴링 인 러브 어게인(Falling in Love Again)‘으로 레이첼 목소리가 가진 특유의 깊은 감성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면 두 번째 앵콜 곡인 ’렛 미 비 유어 걸(Let Me Be Your Girl)‘에서는 재치 있는 퍼포먼스로 관객석을 뒤집어 놨다. “자 일어나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은 레이첼과 함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이날 레이첼은 두 곡의 앵콜 곡을 포함해 총 16곡을 불렀다. 약 두 시간 여의 공연을 어쿠스틱부터 밴드 사운드, 댄스까지 다채롭게 꽉꽉 채워 넣은 무대였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레이첼의 사인회가 열렸다. 선착순 30명에게만 해주는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레이첼은 사인을 받기위해 줄을 선 약 100여명의 팬들 모두에게 사인을 해줬다.

“군대 안에서 정말 많이 들었어요. 콘서트만 기다렸는데 드디어 들었네요. 음반으로 듣는 것 그 이상이었어요.” 전역한지 6개월이 채 안됐다는 주수빈(24)씨는 오매불망 기다리던 첫 콘서트의 감동을 이렇게 전했다. 레이첼 콘서트만 이번이 세 번째라는 7년 차 팬 민영배(20)씨는 “세 번째지만 정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뛰면서 춤을 추고 팬 서비스도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역대 공연 중에서도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처음 콘서트를 찾은 관객도 세 번째인 관객도 감동의 깊이는 다르지 않았다.

레이첼 야마가타는 오는 6월 네 번째 정규앨범으로 한국 팬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선물할 예정이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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