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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살배기 옹알이가 학대를 증명해야 한다고?…황당무계 美 아동학대법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1살배기 옹알이가 자신이 맞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황당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1살배기 옹알이가 자신을 돌봐준 베이비시터에게 맞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겪는 일이 발생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주 셔우드에 사는 조슈아 마버리는 지난 3월 아들 제이커브를 십년지기 남자 친구에게 봐달라고 맡기고 아내와 함께 2시간 가량 외출하고 돌아왔다가 친구는 소파에서 자는 사이 아들은 우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날 아침, 제이커브의 눈과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얼굴에 할퀸 자국까지 보이자 부부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사진=조슈아 마버리 페이스북]

친구를 아동 학대죄로 경찰에 신고한 뒤 그를 형사 법정에도 세우려던 조슈아 부부의 소원은 그러나 물거품이 됐다. 두 달간 제이커브의 의료 기록을 살핀 법원 측이 재판을 열 수 없다고 이틀 전에서야 알려온 탓이다.

아동 학대 용의자를 형사 재판에 세우려면, 검사는 학대받은 아동이 폭행을 당해 상당히 고통스럽고, 이로 인해 몸에 상처가 생겼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학대 아동의 진술이 결정적이다. 그러나 제이커브와 같은 갓난아기들은 너무 어려서 말을 할 수 없기에 통증은 물론 맞을 당시 상황도 설명하거나 묘사할 수 없다. 또 멍만으론 ‘상당한 고통’을 입증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오리건 주 법도 기소를 어렵게 했다.

결국, 이런 경우엔 학대 용의자를 중범죄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한 마디로 1살배기 옹알이가 자신이 맞았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허점투성이 아동학대법 때문에 아동학대범을 경범죄로 처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슈아 부부는 제이커브를 때렸다고 경찰에서 시인한 친구를 절대 경범죄로만 처벌해선 안 된다면서 또 다른 말 못하는 갓난이들이 제이커브처럼 당하지 않도록 아동학대법 개정을 위한 로비를 시작했다.

서명자 3만5000명을 목표로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 개설된 ‘아동 학대 피해자를 위한 정의’에 미국 서부시간 오후 3시 현재 3만3215명이 참여했다. 서명 목표를 채우면 오리건 주 대법원이 이 안건을 심의하게 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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