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日 연쇄살인범 수기에 맞선 유가족, ‘피해 수기’ 공개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지난해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범행수법과 범행후 일상을 수기로 엮은 ‘고베 아동연쇄살인 사건’의 가해자에 대항해 살인 피해자의 유가족이 ‘피해 수기’를 엮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가족은 “가해자는 피해자를 두 번 죽였다”며 “출판 규제를 위한 조례안을 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본 역대 최악의 소년범죄로 꼽히는 ‘고베(神戶) 아동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 하세 준(土師 淳) 군의 부친인 하세 마모루(土師 守)는 24일 아들의 19번 째 기일을 맞아 자신의 심경을 담은 수기를 공표하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날 마모루 씨는 “몇 년이 지나도 자식을 향한 부모의 그리움은 변하지 않는다”며 가해자의 수기에 대해 “출판 중지와 수기 회수를 요청했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사진=‘고베 연쇄아동살인사건’의 가해자가 2015년 6월 출간한 살해 수기]

지난해 6월 일본 역대 최악의 소년범죄로 꼽히는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자신의 범행수법과 일상생활을 엮은 수기를 출판해 논란이 됐다. 1997년 5월 효고(兵庫)현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한 중학교 정문 앞에서 입을 귀까지 찢고 목을 절단된 11세 소년의 머리가 가해자의 범행선언문과 함께 발견되면서 화제가 됐다. 수사 결과 범인은 14세 중학생이었으며, 가해자는 초등학교 4학년 초등학생을 망치 등으로 살해하고 다른 3명에게도 중상을 입히는 흉악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당시 형사처벌 연령이 만 16세여서 가해자는 6년여 간 의료 소년원에 복역하고 2004년 가석방됐다.

당시 가해자와 계약한 출판한 오오타 출판사는 “그가 무슨 심경인지 알고 싶었다”며 “책을 저자의 편지와 함께 유족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족들은 격분했다. 마모루 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의) 편지를 받지 않았다”며 “더 이상 관련되고 싶지 않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어 “가해자로부터 철저하게 농락당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건만, 출판사와 가해자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며 “역겹다는 말만 나온다”고 분노했다.

수기를 공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가해자는 죄에 대한 형벌을 받지 않았다. 그가 받은 것은 어디까지나 교육이었지만, 그 교육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며 “가해자의 삐뚤어진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로잡기 위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수기에는 자신의 아들을 대형 범죄로 잃어버린 부모의 심정과 상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전했다. 

24일 아들의 19번 째 기일을 맞아 가해자의 출간행위에 대항하기 위해 피해자 수기를 공개한 ‘고베 연쇄아동살인사건’ 피해소년의 아버지, 하세 마모루(土師 守) [사진=NHK 방송 캡쳐]

마모루 씨는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19년이 지나도 당시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며 “아들에 대한 애정은 몇 년이 지나도 변함 없다. 죽어있든 변함이 없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중대한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수기를 간행해 피해자에게 재차 피해를 주고 돈을 버는 사회가 좋은 것일까”라며 “가해자나 출판사가 출판 이익을 상실하지 않는 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책을 출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1972년 이후 살인범이 책을 출간하는 일은 총 15 차례 있었다. 특히, 1981년 프랑스 식인살인 사건의 가해자 사가와 잇세이(佐川 一政)는 자신의 친구를 살해한 뒤 시식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살인 수기를 출간하고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일본 예능 방송에도 거리낌 없이 출연하고 칼럼리스트로 활동해 한국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지자체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조례안 제정에 힘쓰고 있다. 효고 현은 최근 범죄 피해자의 지원과 가해자의 2차 가해를 예방하는 피해자 지원 조례안을 제정했다. 조례안이 마련되면서 현 내 민간 회사들도 살인 및 범죄사건의 가해자의 향후 행보에 대해 더 주의한다는 것이 고베 아동연쇄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의 설명이다. 효고 현의 조례안 제정과 함께 도쿄 등 다른 도도부현 지자체에서도 조례안 제정에 힘쓰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