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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인권침해 절대 없어야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논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관련 대책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자는 행정입원 응급입원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본 것이다. 행정입원이란 범행 가능성이 의심되는 정신질환자를 경찰이 발견했을 때 정신과 전문의를 통해 지자체장에게 진단과 보호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긴급상황시 72시간 이내에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 제도도 함께 활용하게 된다.

하지만 강 청장의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않다. 정신질환자를 경찰이 현장에서 짧은 시간에 ‘범죄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판단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정신질환에 대한 판단은 까다롭고 인력과 비용도 막대하게 소요되는 전문적인 분야다. 의학계가 우려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칫 오판할 경우 무고한 시민이 극단의 인권침해를 당할 수 밖에 없다.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들도 경찰의 조치가 인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체크리스트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더 시간을 갖고 신중한 검토를 해야할 문제다.

강 청장은 또 혐오범죄가 아니라고 단언하면서도 여성들의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혐오범죄로 보려면 ‘경향성’이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죄 숫자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판단으로 보인다. 범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여성이나 약자들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도된다. 통계와 수치라는 잣대만으로는 잠재적 위험의 실체에 다가설 수 없다.

이번 같은 범죄를 예방하고 줄이려면, 강제입원이나 이른바 ‘화장실법’같은 ‘1차원적인 대책’보다 안심하고 함께 사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정신질환자들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번 사건 피의자는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였으며 수 개월전부터 약물치료를 끊었다고 한다. 조현병은 국내에 50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시각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들이 가정, 사회, 지역 등에서 위협을 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와 배려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그런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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