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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미군기지터, '공무원기지'되나...국토부, 부처별 나눠먹기 방침
-용산 미군기지 이전 후 공원조성안 둘러싼 비판
-국립과학문화관 등 국토부 조성안에 서울시 반발
-“8개 정부부처 나눠주기식 배분…난개발 우려돼”
-시민들 “명품 국가공원 만들겠다 해놓고…” 비난



[헤럴드경제=강문규ㆍ박준규 기자] 100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된 용산 미군기지 땅이 정작 시민의 것이 아닌, 부처간 ‘땅 나눠먹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용산 미군기지를 돌려받은 후 용산공원을 조성할 예정인데, 국토교통부는 그곳에 아리랑무형유산센터ㆍ국립과학문화관 건립 등 정부 부처별로 원하는 시설물을 꾸밀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국토부 조성안에 반기를 들며, “정부부처 8곳의 개별사업을 ‘나눠주기 식’으로 배분한 꼴”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민들도 용산이 국민이 아닌, 정부 부처에 배분되는 양상에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용산공원 콘텐츠 선정 및 정비구역 변경’ 공청회에서 용산공원 정부 조성안을 발표했다. 미군기지 이전이 끝나는 내년말부터 2027년까지 243만㎡의 용산공원 부지에 8개 부ㆍ처ㆍ청을 들여놓는 게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국립어린이 아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제안) ▷국립여성사박물관(여성가족부 제안) ▷국립과학문화관(미래창조과학부 제안)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용산공원을 자연과 문화, 역사와 미래가 어우러지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 전경.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23일 예정없던 약식 브리핑을 열고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함께 시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서울시는 브리핑을 통해 “용산공원 조성이 국가적 사업인 만큼 적극 협조해왔지만, 국토부가 지난달 29일 공개한 콘텐츠 선정안을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용산공원 콘텐츠 선정 및 조성계획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시각은 국토부 안이 공원조성 기본이념과의 연계성이 모호하고, 선정 과정이 형식적이며, 부지선점식 난개발을 초래해 공원의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먼저 용산공원조성특별법이 공원조성의 ‘기본이념’으로 부지를 최대한 보전하겠다고 명시했지만, 국토부 안에는 건축 연면적 3만3000㎡에 달하는 대규모 신규시설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또 국토부가 한달간 진행한 콘텐츠ㆍ수요 조사는 공식적인 현장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실질적인 여론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진행된 요식행위였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제시한 공원조성 안은 정부부처 8곳의 개별사업을 ‘나눠주기 식’으로 배분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며 “난개발에 의한 공원의 집단적 훼손이 우려된다”고 했다.

용산공원 개발 예상도.

이에 국토부 측은 “지난달 공청회는 용산공원 기본설계에 담을 외부 제안 콘텐츠 선정안에 대해 전문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었을 뿐이지 해당 콘텐츠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오기헌 국토부 공원정책과장은 “현재로서는 6월에 열리는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심의를 연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 서울시 권한이 없다”면서 “다만 추진위원회에 행정2부시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위원회가 열리면 의견을 제시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이촌동에 사는 김영종(50) 씨는 “(국토부 개발안을 보니)미국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명품 국가공원을 만들겠다던 그간 정부의 다짐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시민품으로 돌려준다고 해놓고 정부가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포에 사는 성경진(38) 씨는 “생태공원에 여성사 박물관이나 국립 경찰 박물관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미국의 센트럴파크처럼 자연 친화적인 시민 휴게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미군 용산기지(현재 미8군 주둔)가 평택으로 떠난 자리를 녹지공간으로 꾸미는 프로젝트다. 정부가 전액 국비를 들여 추진한다. 용산 미군기지 지역은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가 주둔한 이후부터 계속 외국군이 차지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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