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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일미군 日 여성시신 유기사건과 미일동맹 과제 3가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굳건한 미일동맹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일주일 앞두고 주일 미군기지의 군무원이 일본 여성을 살해ㆍ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일본 국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실효성 있는 재발 방치책을 미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아베 내각이 향후 미일동맹을 둘러싼 3가지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되고 있다.

해결책은 어느 선까지?= 아베 내각이 미국에 어느 선까지의 책임을 요구하게 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3일 참의원 예산결산위원회에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를 요구할 생각”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대책을 요구할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 강력하게 항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나가 다케시 토키나와 지사는 이날 아베와의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가능한 것은 모든 한다는 아베의 발언은) 가능하지 않아보이면 절대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들렸다”며 “오바마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말해 아베 총리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본래 아베 총리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굳건한 미일동맹을 과시하고 올 여름 총선을 위한 지지기반을 공고히 할 방침이었다. 갈등을 빚고 있는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

주일 미군기지가 70% 이상 몰려있지만, 미군 범죄를 막기 위한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해군병사가 일본 여성을 집단 폭행하는 일이 발생해 미국 측에서 모든 미군에 통행 금지 명령을 내리고 재교육을 실시했지만, 지난 3월에도 미군이 관광객 여성을 성폭행하는 등 미군에 의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불상사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 측에서는 군인ㆍ군속 기강을 바로 하기 위한 재교육과 외출ㆍ음주 규제 등 일시적인 방지책만을 제시했다.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 이전에 제동=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키나와 현 내 미군기지 반대 기류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더욱이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기지에서 헤노코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오키나와 현 의회는 26일 항의 결의가 채택될 예정이다. 아베 내각은 헤노코 이전을 위한 매립공사를 둘러싸고 오키나와 현 지자체와 소송전을 벌이다가 극적인 화해에 성사한 바 있다. 지난 3월 아베 내각은 헤노코 이전을 위한 매립공사를 중다하고 현 지자체와의 화해 협의에 나섰다.

미국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을 위한 중요한 요충지다. 오키나와는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와도 멀지 않으며,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일대에도 근접하다. 때문에, 주일 미군기지의 70% 이상이 오키나와에 배치돼있는 것이다. 때문에 미군 당국은 헤노코 이전을 둘러싼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과는 상관없이 지난 2월 ‘2016년도 해병대 항공계획’을 공개해 헤노코 대체시설 건설 공사를 2025 회계연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화해 협의가 결렬되면 결국 소송을 통해 헤노코 이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승소를 하더라도 현민들의 반발로 여론 수렴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다케시 오키나와 지사는 “기강과 재발방지라는 말을 수백 번 들었지만, 결국 미군기지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판 SOFA협정, ‘지위협정’ 개정 논란= 한국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가 있다면, 일본에는 주일미군지위협정이 있다. 미일 지위협정은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주일 미군의 지위와 시설, 지역 지정 및 미군ㆍ군속 범죄에 대한 대응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미일 지위협정에 따르면 미군이 공무 중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에 대한 재판권은 미국 측이 갖게 된다. 공무 외에도 용의자를 미국 측이 확보하면 기소 전까지 일본 측에 인도되지 않는다.

오키나와 현 의회는 초당파적으로 미일 지위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오키나와 지사 역시 미일 지위협정의 개정을 촉구했다.

하지만 아베 내각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23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아베는 지위협정 재검토에 대해 “실직적으로 개선을 거듭해왔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를 반환받은 지) 44년이 지났지만 오키나와에 과중된 기지부담은 여전하다”며 “문제의 본질은 재발 방지가 아니라 오키나와 미군기지와 미일 지위협정이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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