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단독] 자유경제원, 우남찬가 ‘세로드립’ 저자 민ㆍ형사 고발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 전 대통령 긍정 평가

-세로로 각 행 첫자 읽으면 비판하는 글



[헤럴드경제=신동윤ㆍ김진원 기자] 지난 3월 개최한 ‘제 1회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일명 ‘세로 드립’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한 작가들이 주최 측인 자유경제원에 의해 민ㆍ형사 고발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은 이번 공모전에서 국문 시 ‘우남찬가’를 써 입선작으로 선정된 저자 장모 씨에 대해 위계에의한업무방해 및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ㆍ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또 자유경제원은 명예훼손으로 5699만6090원(업무지출금 699만6090원, 위자료 5000만원)을 자유경제원 측에 지급하라고 장 씨측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자유경제원은 해당 문제가 불거진 지난 4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진 직후 두 편의 시를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하고 수상을 취소했다.또 악의적인 일부 수상작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개최한 ’제 1회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입선작으로 선정된 우남찬가. 가로로 읽을 경우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요소만 골라 작성한 것 처럼 보이지만, 일명 ‘세로드립’ 기법을 이용해 각 행의 첫 글자만 따서 읽어보면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숨은 뜻이 나온다. [출처=헤럴드경제DB]


자유경제원은 고소 이유에 대해 “해당 시(우남찬가)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사실에 기초하거나 자신만이 해석한 주관적인 의견에 기반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유경제원의 공모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이런 행위는 시 공모전을 방해한 것”이라며 “본인의 성명을 가명으로 썼으며, 이후 응모 사실을 인터넷 게시판 서비스를 통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자랑했고 댓글 등을 통해 업무를 방해하고 조롱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장 씨가 지은 ‘우남 찬가’라는 제목의 입선작은 일반적인 가로읽기로 작품을 볼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각 행의 앞 글자만 따서 읽어보면 ‘친일인사고용민족반역자/한강다리 폭파/국민버린도망자/망명정부건국/보도연맹학살’이란 숨겨진 뜻이 나온다.

자유경제원이 ‘세로드립’ 저자를 상대로 고소를 한 것은 저자 장 씨가 지난 22일 오후 한 인터넷 게시판 서비스에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알려졌다.

해당 사이트에서 장 씨는 우남찬가를 지은 의도에 대해 “(우남찬가는)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동시에 세로로 읽으면 그의 과오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어크로스틱(세로드립)이란 문학적 장치의 미학을 살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양극적인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암을 한 작품에 오롯이 드러내 합당한 칭송과 건전한 비판을 동시에 담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법적 문제도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본인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에 의거해 공모전의 의도에 합당한 작품을 출품했다”며 “공모전에 작품만 응모했을 뿐 일체의 다른 위력이나 위계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공모전의 특성 상 심사위원들의 판단미숙으로 발생한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공모전 측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시의 세로획에서 드러나는 단어에만 집착하는 분들께는 다시 한 번 가로획을 읽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남찬가‘ 저자인 장 씨는 피소 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 변호를 요청했다.

한편 영문 ‘세로드립’ 시를 쓴 이모 씨도 자유경제원으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고소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작성한 ‘To the Promised Land’라는 시는 가로로 읽을 경우 일반적인 영시로 보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 모아 세로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읽혀 논란이 된 바 있다.

자유경제원 관계자는 “고소ㆍ고발한 것은 맞다”며 “그 사실 외에 더 정확한 내용이 있겠는가”며 말을 아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