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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선 마주치기 난감한…남녀 공용화장실
옛건물 상당수 아직도 공용
프라이버시 없고 범죄 우려

금간 타일·문 고장에도
체크리스트는 대부분 ‘양호’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인해 공중화장실 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열악한 화장실 관리 상태에 비판이 뒤따르며 안전에 취약한 현실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있다.

23일 기자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일대 상가들의 공중화장실 실태를 중점적으로 점검한 결과 이같은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여전히 많은 상가 건물에서 남녀 공용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신축 건물은 층마다 남녀 화장실이 분리돼 있지만 오래된 상가 건물들의 1층 화장실은 남녀 공용화장실인 경우가 많았다. 넓은 계단ㆍ상가 출입문과 이어지는 복도에 할당된 건축면적이 넉넉치 않다보니 공간 확보가 어려워 1개의 남녀 공용 화장실을 만들어 운영해 왔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프라이버시는 보장이 안되고, 범죄에 안전치 못한 구조가 다반사였다. ▶관련기사 11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7조(공중화장실등의 설치기준)를 보면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은 2006년 11월에 개정됐기 때문에 그 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남녀 공용화장실 1개를 설치해도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다.

서초구 방배동의 한 상가 1층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두모(52) 씨는 “2011년에 장사 시작할 때 리모델링하면서 화장실 하나 더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건물주에게 말했는데 건물주인이 그러면 공사가 커진다고 사실상 허락하지 않아 아직까지 남녀공용화장실로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남자 손님이 안에서 소변 보는지 모르고 여자 손님이 문 열고 들어가다 소리 지르고, 남자 손님도 불쾌해 하는 일 등 손님들끼리 곤란한 상황이 많이 생긴다”며 남녀 공용화장실에 문제가 많음을 인정했다.

‘보여주기식’ 관리도 만연했다. 대부분 공중화장실의 출입문 근처에는 ‘화장실 관리 체크리스트’가 있어 정기적으로 직원들이 청결 여부,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돼 있었다. “공중화장실 관리인은 공중화장실과 그 주변의 청결을 위하여 공중화장실 관리기준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8조(공중화장실의 관리)에 따른 것이다.

체크리스트에는 ‘양호’ㆍ‘좋음’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실제로는 바닥에 금이 가있거나 휴지가 채워져 있지 않은 등 실제와는 다른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들이 많았다. 타일 깨짐, 문고장 등의 시설물 고장은 안전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해 보였다.

마포구 동교동 한 상가건물 경비원 차모(66) 씨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사람들이 하도 많이 쓰니깐 문고장이 잦아 제대로 못고치고 그냥 쓰고 있다”며 “청소하는 아줌마가 매일 오긴 하는데 항상 붙어서 관리할 순 없는 거니깐 바닥에 물 있고 하면 미끄러워 위험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일반 빌딩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지 않는 화장실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수준 높은 화장실을 위해선 공중화장실에 대한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민정 기자/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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