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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금같은 안일한 공정위로 ‘갑질’ 근절되겠나
‘밀어내기 갑질’ 영업을 하다 적발된 남양유업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결국 솜방망이에 그치고 말았다. 공정위가 남양유업에 부과한 과징금이 당초124억원에서 5억원으로 무려 25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부과 근거가 부족하니 이 가운데 119억원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과징금을 재산정한 결과다. 한국 사회를 뒤흔든 ‘대기업 갑질’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그 결말이 너무 허망하다. 그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꼴이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공정위의 일처리 수준이다. 남양유업 사태는 3년전(2013년) 젊은 영업사원이 나이가 훨씬 많은 대리점주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게 발단이었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건 제품을 대리점에 강제 할당하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하루 밖에 남지않은 제품도 대리점에 떠 넘겼다고 한다. 항의하는 대리점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1900개나 되는 대리점 가운데 30여개를 제외한 대부분에 이렇게 ‘갑질영업’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가 이러니 당연히 국민들은 ‘불매운동’까지 벌일 정도로 분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다 근거 없는 소리였다. 법원의 판단이 그랬다. 서울고법은 강제 할당한 시기와 수량, 해당 대리점 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잘못됐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그제서야 공정위는 허겁지겁 대리점을 상대로 주문수량 등에 대한 기록 확보에 나섰지만 이미 차는 떠난 뒤였다. 2000곳에 이르는 대리점 전체를 뒤졌지만 기록이 저장된 컴퓨터는 대부분 교체돼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경제검찰이라는 공정위의 일처리 수준이 이렇게 엉성하다. 실제 지난 10년간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중 행정소송으로 이어진게 10에 8,9건(87%)이고, 취소율은 무려 40%에 달했다고 한다. 대기업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공정위의 후진적 일처리와 무관치 않다. 이번 남양유업 처리 결과도 그 대표적 사례다.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 불합리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사회가 바로 선다. 공정위가 매사에 더 냉정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론에 편승해 목소리부터 높이는 식으로는 시대적 과제인 갑을간 상생은 요원할 뿐이다. 기업들도 갑질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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