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ㆍ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다음 달 7일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여야의 주된 전망이다. 19대 국회 후반기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두고 벌어졌던 ‘정(정 의장)-청(청와대) 대립’이 다시 한 번 펼쳐지는 셈이다. 그러나 ‘승자’는 벌써 정 의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든, 혹은 법을 받아들여 공표하든 결국 정치적 ‘이득’은 정 의장이 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 의장은 앞서 노동개혁 4법ㆍ서비스법ㆍ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의 직권상정을 저지하며 만들어 온 소신 스토리에 방점을 찍을 수 있게 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적극적인 ‘상시 청문회법 수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오히려 정 의장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보수파의 경계를 넘어 합리적 개혁을 원하는 중도ㆍ무당층의 지지가 정 의장에게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박 대통령이 법안을 받아들이면 수차례의 역경 끝에 의지를 관철시킨 ‘역전의 용사’의 타이틀이 정 의장의 것이 된다. 정식 ‘대권 주자’로의 발돋움이다.
이런 가운데 정 의장은 정치적 구심점을 만드는데도 적극적이다. 지난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직후 유승민 무소속 의원을 의장실로 불러 독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유 의원의 ‘새한국의비전’ 참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국의비전은 정 의장이 오는 26일 출범 예정인 정치 싱크탱크로 이미 정병국ㆍ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박관용 전 의장, 정대철 전 의원 등 여야의 거물급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새누리당내 대표적인 혁신주자이자,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유 의원까지 포섭한다면 정 의장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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