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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화되는 미국-쿠바 관계 쿠바産 농작물 옛영화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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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50년 넘게 적대관계를 이어오던 미국과 쿠바가 관계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과일의 상징적인 재배지인 플로리다 주(州) 농업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경제 재제가 해제되면 쿠바산(産) 농작물이 잠식하고 들어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플로리다에게 있어 쿠바는 오랜 기간 경쟁자라기보다는 고객에 가까웠다. 쿠바 내 식량난이 커지자 2000년 미국 의회는 인도주의적 수출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쿠바인들 상당수가 수입 식품,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미국에서 들여온 식품을 소비했다. 해마다 10억 달러(1조2000억 원)에 가까운 미국 식품이 쿠바로 수출됐다. 사탕수수, 오렌지, 토마토 등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플로리다 역시 이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


[사진출처=123RF]

하지만 쿠바 개혁 개방으로 우수한 농업 기술과 투자가 유입되고, 이를 통한 생산물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실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월 쿠바를 방문했을 당시, 양국은 농업 연구 공유 계획을 논의했다. 플로리다에서 오렌지 등을 경작하고 있는 댄 리치 씨는 “쿠바는 플로리다와 같은 경작 기간에 더 좋은 기후를 갖고 있다”며 “쿠바는 생산 비용이 저렴한 경쟁자이고, 미국과 아주 가까이(플로리다에서 145㎞)에 붙어 있다”고 염려했다. 플로리다 대학의 농업경제학 교수 윌리암 메시나 역시 “쿠바와의 완전한 무역 개방 및 상업 관계는 플로리다 농업에 역사상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얼푸드'에 따르면 쿠바의 농업 경쟁력은 경제가 무너지기 전 쿠바의 찬란했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1989년까지만 해도 쿠바는 브라질,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설탕을 생산하는 국가였다. 미국 농부부 산하 해외농업국(USDA)에 따르면, 당시 쿠바의 설탕 생산량은 812만 톤에 달했다. 비록 지금은 110만 톤(2011년 기준) 수준으로 떨어져버렸지만, 재기를 노린다면 언제든 일어설 가능성이 있다. 메시나 교수는 “쿠바는 자본은 많지 않지만 농부들에게 줄 수 있는 땅이 있다. 미국보다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밀려드는 외국인 노동자와 값싼 수입품으로 분노가 치솟아 있던 가난한 백인들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정치권의 이단아를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올려놓았다. 쿠바와의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보다 노동 및 환경 규제가 약한 곳에서 생산된 수입품과 미국 제품이 경쟁을 하게 될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물론 쿠바의 위협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존 카불리치 미-쿠바 무역 경제 위원장은 쿠바산 농작물이 미국으로 수출돼 미국 농업인들과 경쟁하는 일은 먼 일이며,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니치 마켓(틈새 시장)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쿠바의 개방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 투자자들도 있다. 농기계 생산자나 유기농 기업 등이다. 이들은 최근 쿠바를 방문해 현지 사업 가능성 등을 타진하기도 했다. 또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의 경우 쿠바를 위한 미국 농업 연합(U.S. Agriculture Coalition for Cuba)에 자금을 대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들은 쿠바의 농토가 농업이나 유전자변형식물(GMO)에 오염되지 않은 점에 매료됐다. 유기농 설탕 업체 글로벌 오가닉스의 데이비드 알렉산더 대표는 “유기농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급망 개발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쿠바에서의 사업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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