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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츄럴’ 가공식품?…못믿을 식품 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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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겠거니…"사고보면 딴판-FDA는 표기규정도 없어 혼란
-건강한·무설탕·100% 과즙 '글쎄'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내츄럴, 오가닉, 통곡물, 무설탕, 100% 과즙…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 라벨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된 단어들이다. 소비자들은 으레 ‘몸에 좋겠거니…’ 하는 기대로 더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물건을 구입하지만, 알고보면 실상은 딴판이어서 뒤늦게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다.

‘MSG 무첨가’라는 말을 믿고 샀더니 다른 화학조미료 성분이 들어갔다거나, ‘탄산수’인 줄 알고 샀더니 ‘탄산음료’였던 일 등이다.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꼼꼼하지 못한 탓도 있고, 기업들이 규정을 피해 편법을 쓴 탓도 있다. 미국 뉴욕 대학의 영약학 교수는 “기업들은 앞으로도 기회만 있다면 (자사의 제품이) ‘건강하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며 “만약 규정이 변한다면 기업들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라벨도 바꿀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식품 라벨은 가능한 세밀하게 규정하려는 정부 식품 당국과 이를 피해 어떻게든 그럴싸한 말로 제품을 포장하려는 식품 기업 간의 술래잡기 터다.

'리얼푸드'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최근 이런 문제가 지적돼 모호한 식품 라벨의 단어들을 세밀하게 규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그 가운데 변화가 필요한 라벨들을 최근 지적했다.

[사진출처=123RF]

▶ ‘건강한(healthy)’
=이 단어는 요즘 미국의 어떤 음식에서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단어다. 현재 미 식품의약국(FDA) 규정에 따르면, 각종 영양소들을 일정 기준에 맞추면 ‘healthy’라는 단어를 라벨에 쓸 수 있다. 일례로 스낵류의 경우 지방 3g이 상한선이다.

문제는 이 기준선을 충족하지 식품이 건강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례로 살구와 아몬드로 만들어진 유명 스낵 제조업체 카인드(KIND)의 바(bar) 제품은 10g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어서 해당 단어를 쓸 수 없다. 반대로 기준선을 충족한 식품이라도 꼭 건강한 음식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크리스틴 커크패트릭이라는 웰빙 관련 업체의 서비스 매니저는 “라벨 상의 단어가 꼭 그 제품의 속성을 드러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카인드의 다니엘 루베츠키 최고경영자는 대신 ‘리얼푸드(real foods)’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서 ‘healthy’라는 단어를 재정의 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바뀐 ‘healthy’ 라벨 정의는 반드시 사람들이 유익하게 먹고, 가공 성분은 최소한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출처=123RF]

▶ ‘천연의(natural)’
=이 단어 역시 많은 제품에 쓰이고 있지만 FDA는 아무런 규정도 해놓지 않았다. 농림부는 육류 제품의 경우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를 함유해서는 안되고 최소한의 가공 절차만 거쳐야 한다’고 정의하기는 했지만, 이 정의로 규정하기 힘든 예외 사례가 워낙 많아 사실상 유야무야하다. 심지어 치킨 너겟, 치토스(스낵), 게토레이(스포츠음료) 등에도 이 단어가 붙어 있을 정도다.

FDA는 지난해 11월에야 뒤늦게 ‘natural’을 어떻게 정의하면 좋을지 의견 수렴에 들어가 6개월여간 의견 접수를 받았다. 그러나 무려 5000여 건의 제안이 접수돼 어떻게 조율하는 것이 좋을지 난감한 상황이 됐다. 식품 안전 관련 시민 단체에서는 해당 단어를 완전히 금지하거나 범위를 좁혀 정의할 것을 주장하지만, 업계 쪽에서는 일부 가공처리된 제품까지도 확장해 적용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태다.


[사진출처=123RF]

▶ ‘당(糖·added sugar)’=최근 전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당과의 전쟁’으로 다른 어느 것보다 관심을 끌고 있는 영양 성분이다. 영양 성분표 상에는 제품에 당이 얼마만큼 함유돼 있는지가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천연 설탕과 인공감미료(자당, 엿당, 고과당 옥수수시럽)를 구분해 주지는 않는다. FDA는 이를 명확히 구분해서 표기하는 새로운 영양 성분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은 미 당뇨 협회나 심장 협회 등이 지지하고 있지만, 제빵사 협회사 설탕 협회 등 업계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사진출처=123RF]

▶ ‘통곡물로 만들었다(made with whole grains)’ =통곡물은 정제되는 과정에서 떨어져나가는 영양소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양가가 높아 인기가 좋다. 이에 너도나도 통곡물로 만들었다는 말을 붙이고 있지만, 실상은 초라하다.

가령 피자 제품의 경우 통곡물이 일부 사용되더라도 대부분은 정제된 흰밀가루가 차지하고 있다. 공익과학센터(The 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의 로라 맥클러리는 “해당 내용을 홍보하고 싶다면, 통곡물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비율을 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생과일로 만들었다(made with real fruit)’라는 라벨 표현에도 공히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진출처=123RF]


▶ ‘건강기능성’
=식품의 건강기능성은 최근 특히 주목받는 부분이다. 음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누적됐고, 일본에서는 ‘기능성표시식품제도’라는 것을 도입해 해당 음식이 신체에 어떤 기능을 하는지 홍보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가령 “심장 병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라고 식품 라벨에 쓰려면 과학적인 근거를 FDA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건강한 심장 유지에 도움이 된다”와 같은 경우는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소비자 단체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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