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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국민 예술감각 높이고 싶다“ 이틀만에 미술품에 1억$쓴 日부호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불행하게도 일본인들이 미술과 예술에 가지는 관심은 서양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 훌륭한 작품들을 일본으로 가져와 예술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여주고 싶다.“

지난 10일과 11일 단 이틀만에 미술 작품을 사는데 9800만달러(한화 약 1161억원)를 쏟아부어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한 몸에 모은 부호가 있다. 일본의 젊은 기업가 유자쿠 마에자와(Yusaku Maezawa, 4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에자와는 일본의 최대 온라인 모바일 의류전문 쇼핑몰 조조타운(ZOZOTOWN)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다. 지난 몇 년동안 일본의 패션 사업계를 흔들어 대던 그는 지금은 세계의 미술 시장을 흔들고 있다.

유사쿠 마에자와

마에자와가 사들인 작품들이 현대 미술품들이라는 것도 재밌는 점이다. 현대 미술은 서양권에서 많이 향유되고 있고 동양권은 아직 낯선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는 현대 미술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일본이 주목하는 젊은 부자로 꼽히며 트위터 팔로워 수가 39,000명에 달하기에 충분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스키아의 ‘무제’. 마에자와가 작품 앞에 앉아 있다.

이번에 그가 단 이틀 동안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에서 사들인 작품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단연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의 ‘무제’다. 1982년 바스키아가 그린 자화상인 ‘무제’는 지금껏 팔린 바스키아의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인 5천730만달러(한화 약 682억 8000만원)에 판매됐다. 바스키아는 팝 아트 계열의 천재 자유구상화가로, ‘검은 피카소’라 불린다.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장 미셸 바스키아. 전문적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천재화가.

마에자와는 바스키아의 작품 외에도 미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가인 제프 쿤스(Jeff Koons, 61)의 ‘랍스타’(Lobster)를 680만달러, 사진을 찍는 사진 작가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의 런어웨이 너스(Runaya Nurse)를 960만달러에 사는 등 여러 작품들을 한번에 사들였다.

제프쿤스와 그의 작품 ‘랍스타’

마에자와는 바스키아의 무제가 자신의 관심을 순식간에 끌어 들였고, 그것을 사야할 순간이라 여겨졌다고 구입 이유를 밝혔다. 제프 쿤스의 랍스타는 어린이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매우 재밌는 작품이라서, 그리고 리차드 프린스의 런어웨이 너스는 색감과 톤의 균형이 마음에 들었다고 입찰 이유를 들었다. 

리차드 프린스와 그의 작품 ‘런어웨이 너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현대 미술을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자각시키고 싶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는 그의 고향인 지바 현에 사설 미술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번에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도 이를 미술관에 전시해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함이다.

마에자와가 현대미술을 알리려 노력하는 것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인디 락 밴드 활동을 했고 후에 정식 앨범을 내기도 했다. 대학생일 당시 여자친구를 따라 미국으로 훌쩍 떠났는데, 그곳에서 평생 샐러리맨으로 묶여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던 음악 CD를 수입해 그것을 파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그것이 옷 판매로 발전한 것이 지금의 조조타운이 됐다. 

조조타운 홈페이지 화면

그는 이 모든 것들을 거리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하는데, 거리문화는 그저 더러운 벽을 덮는 그래피티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몇 십년간 도시 환경에서 자라는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생활 양식을 모두 포함한 문화를 뜻한다. 그리고 이번 경매에 나온 바스키아의 작품이 거리 예술을 대표하는 것이라 여겨 단번에 사들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예상액보다 약 2000만달러를 더 주고 무제를 구입했다.

마에자와는 예술 작품 수집가가 예술 작품을 최대한 많은 이들과 나누어야 한다고 그 역할을 역설하기도 했다.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것도 그가 강조한 수집가의 책임이다. 때문에 그는 약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에는 현대미술재단(Contemporary Art Foundation)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재단을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후원액과 상 등을 제공하며 주기적으로 현대 미술 전시회와 세미나를 주최한다.

마에자와는 원래부터 자선활동과 진보적인 경영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2003년엔 당시 운영중이던 스타트 투데이(Start Today, 조조타운의 전신)를 통해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자선 티셔츠를 제작하기도 해 596만달러를 모금하기도 했다. 지바마린스타디움의 보수공사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개인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6시간 근무를 시행하기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현재 그의 자산은 26억달러로 우리돈 약 3조 1000억원이다.


vivid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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