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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부부의 날 ②] “생명 살리는 장기기증, 우리 부부의 사랑확인법”
-김근묵ㆍ이경희씨 부부의 멋진인생
-신장, 간 기증…나눔의 부창부수 삶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자신의 장기를 떼내 남에게 주는 것은 모두가 겪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인데, 집사람과 제가 공통 분모를 갖게 되니 사이도 더 살뜰해졌죠. 서로 건강을 챙기고 배려하는게 저희 부부 사랑의 원천입니다.”

신장과 간 등 일명 ‘살아 있을 때 뗄 수 있는 모든 장기’를 떼어내 기증하고, 전재산을 털어 외롭게 생활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돌보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부부가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성심양로원’을 세워 운영중인 김근묵(68) 씨와 이경희(66ㆍ여) 씨 부부다. 

김근묵(68) 씨와 이경희(66ㆍ여) 씨 부부는 일명 ‘살아 있을 때 뗄 수 있는 모든 장기’를 떼어내 기증하고, 전재산을 털어 외롭게 생활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름다운 부부다. [사진제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올 해로 결혼 37년차가 된 이들 부부는 그동안 묵묵히 ‘나누는 삶’이라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왔다.

지난 1995년 남편 김 씨가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부인 이 씨는 묵묵히 동의했다. 1년 후 김 씨는 이 씨에게도 신장 기증을 권했다. “신장 하나로도 충분히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데 당신은 왜 사치스럽게 두 개나 달고 있는거야?”라는 김 씨의 무심한 듯 던지는 말에 이 씨는 처음엔 서운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기증 후 건강에 아무런 이상없이 생활하는 남편의 모습과 더 남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으로 향해가는 것을 보고 이 씨도 장기기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김 씨는 “그때 만큼 아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며 “첫 신장기증 후 수술 후유증으로 사흘 밤낮을 고생한 나에 비해 집사람은 다음날 퇴원해 걸어다닐 정도로 건강했다니깐. 체질이야 체질”이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후 김 씨는 곧 이어 간까지 기증했다.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김 씨와 이 씨 부부는 장기기증 덕분에 큰 선물을 받았다. 바로 새로운 아들ㆍ딸이 3명이나 더 생긴 것. 김 씨는 “집사람이 신장을 기증했던 사람은 이제 36세의 청년이 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지금도 나와 집사람을 ‘아빠, 엄마’로 부르며 자주 찾아온다”며 “집사람도 장기기증 덕분에 배 안아프고 좋은 자식들을 얻어서 뿌듯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흐뭇해했다.

지난 2000년 11월 경기도 교육청에서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마친 후 김 씨는 퇴직금과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지금 운영 중인 양로원을 세웠다.

김근묵(68) 씨와 이경희(66ㆍ여) 씨 부부는 일명 ‘살아 있을 때 뗄 수 있는 모든 장기’를 떼어내 기증하고, 전재산을 털어 외롭게 생활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름다운 부부다. [사진제공=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처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김 씨도 개인적인 아픔이 있다. 베트남전 참전으로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하지만 김 씨와 이 씨 부부의 나눔은 그칠 기색이 없다. 특히 새롭게 결혼하는 많은 부부들도 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즐거움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부부의 바람이다.

“나누지 않는 것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열배, 백배의 기쁨을 만들어 낸다”며 “젊은 부부들도 작은 계기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며 부부의 정도 돈독하게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김 씨는 마지막까지 나눔이 주는 매력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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