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주인은 프랑수아 피노. 입생로랑과 구찌 등 명품 브랜드의 모기업인 케링(Kering) 그룹 설립자다. 명품업계 억만장자 기업가인 동시에 미술품 수집가인 피노는 크리스티 경매 하우스 또한 소유하고 있다.
피노 회장이 이번에 세울 미술관에는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들 작품들의 가치만 12억달러(약 1조38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협상을 성사시킨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피노가 세울 미술관이 파리의 심장을 위한 엄청난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79살인 피노는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마크 로스코에서 살아있는 현대미술의 전설로 불리는 데미언 허스트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진귀한 작품들을 수집해왔다. 그동안 피노는 이같은 작품들을 이탈리아 베니스에 위치한 그의 사설 미술관에 전시해왔다. 그는 당초 수집품들을 프랑스 파리에 전시하기 원했지만, 적합한 장소를 찾는 데 수십년간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번 미술관 설립이 피노의 숙원사업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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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곡물 거래소의 전경(위)과 현재 모습(아래). |
피노의 현대 미술관 설립은 그 개인 뿐 아니라 파리 미술 산업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달고 파리 시장은 피노와 함께 프랑스 거부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을 언급하며 “이들이 파리를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되돌려 놓을 장본인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앞서 아르노 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미술 수집품들을 전시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열었다. 이 미술관은 유명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달고 시장은 “산업계 거물들이 파리의 색을 되찾아 주고 있다”며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인 피악 아트 페어(Fiac art fair)와 함께 파리는 현대 미술의 중심지로 다시 도약할 것”라고 강조했다.
2018년 개관 예정인 피노의 현대미술관이 들어설 장소는 그동안 철거된 채 방치돼 왔던 파리의 곡물 거래소. 곡물거래소 임대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피노와 그의 가족은 곡물거래소를 50년간 빌리는 조건으로 파리 시당국과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지속적으로 개조하고 관리해야 할 의무도 포함됐다.
이달고 시장은 “버려졌던 레 알(Les Halles) 지구의 ‘새롭게 뛰는 심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노회장은 그의 ‘명품제국’ 케링 그룹을 2001년에 아들 프랑소와 앙리피노에게 넘기고 현재는 명예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윤현종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vivid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