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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바로 옆 여성이 위험하다]‘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구촌 페미사이드 광기.
멕시코 여성 하루 7명 피살
여성 셋 중 하나 성폭력 경험
獨서도 매년 여성 387명 피해
엄마에 의한 여아살해도 빈번

한국 위험성 중남미 수준
언제든 ‘제2 강남사건’ 가능성



#. 지난 3일 독일 전역이 충격에 빠졌다. 한 40대 이혼부부가 불특정 여성을 노린 납치ㆍ고문 행각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여성’만 노렸다. 피해여성은 일주일 간 고문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이들은 지난 2014년에도 여성을 고문 및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피의자 여성은 자신 역시 전 남편에게 학대를 당해 범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 지난 4월 멕시코시티에는 60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모두 “우리는 살아남고 싶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멕시코에선 하루에 7명꼴로 여성들이 살해되고 있다. 대부분이 여성들에 대한 묻지마식 살인이다.

전 세계 여성들이 절규하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하고, 살인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기나 가해자와 상관없이 여자라는 이유로 혹은 여자라는 점을 노리고 살해하는’ 페미사이드(femicide)가 전세계 지구촌 여성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다. 전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자료도 있다. 대부분이 단순히 여자이기 때문에 당한 폭력이다. 특히 한국 여성들의 안전도 수준은 ‘페미사이드’가 가장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는 중남미 수준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제2, 제3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러 여성을 노렸다”…여성 폭력이 일상이 된 세계=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여성의 35%가 물리적인 폭력이나 성적인 폭력을 경험했다. 전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폭력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WHO는 이와 관련 아시아 태평양 국가 여성의 24.3%가 배우자가 아닌 타인으로부터 물리적인 폭력이나 성적인 폭력에 시달린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일상화된 폭력이 대부분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페미사이드는 일부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중남미는 물론 독일, 영국, 이탈리아, 미국까지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미국 사단법인 2014년 ‘폭력근절 정책 연구소’(VPC)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젠더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살해하는 것) 중 85%가 페미사이드였다. 이 중 35%가 배우자나 연인으로부터 살인을 당했다. 특히 2013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1600명 이상의 여성이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남성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발렌시아 국제 대학교(VIU)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유럽 국가 가운데 페미사이드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는 독일로, 한 해 평균 387명의 여성이 살인을 당했다. 터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영국의 페미사이드 통계를 측정하기 시작한 영국 ‘페미사이드 근절을 위한 반(反)폭력 기구’의 카렌 스미스는 타임즈 지에 “영국에서는 2014년 148명의 여성이 남성에 의해 살해를 당했다”며 “단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기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남미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유럽연합(UN)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페미사이드가 일어나는 25개국 가운데, 14개 국가가 중남미에 집중돼 있다. WHO는 인도, 엘 살바도르,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멕시코를 세계에서 페미사이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로 지목하고 여성 보호를 위한 처벌 및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 과테말라에서는 하루 평균 두 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는다. 2014년 파라과이 인권위원회의 보고에 따르면 10일마다 1건 꼴로 여성이 살해를 당했다. 아르헨티나에선 지난해 4월 한 유치원 여교사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업 중 남편에게 흉기로 찔려 숨진 사건에 이어 14세 소녀가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져 20만명의 군중이 모여 사흘간 행진을 벌이는 등 전국 80여개 도시에서 대규모 저항이 일기도 했다.

여자인게 뭔 죄라고… “남성만 가해자인 것도 아니다”=페미사이드가 가해자를 남성으로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산모에 의한 여아 살인도 페미사이드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지난 3일 독일에서 발생한 여성 고문살인사건 역시 가해자 중 한 명은 여성이었다. 여성이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이라는 점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르면 페미사이드가 될 수 있다. 

 페미사이드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피해를 논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 시민단체 ‘보다 나은 가족의 삶’(BFL)의 대표 제임스 클락은 “페미사이드는 사회적인 불만이 높을 때 더 많이 발생한다”며 “ ‘남성’이 ‘여성’을 증오해서 발생하는 범죄라기보단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공격이 많아지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만큼 페미사이드가 빈번해지면 사회가 큰 위험에 빠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클락은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폭력근절 연합’(NCADV)의 루스 글렌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와 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페미사이드는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가기 위해 등장한 단어가 아니다”며 “다만 ‘여성’을 약자라고 보고 폄하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문화가 여성살인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미사이드를 통해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개선해나가자는 것이 향후 사회적 약자를 향한 다양한 범죄를 막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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