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물 아닌 명품공기를 판다…영국판 ‘봉이 김선달’
공기판매사 ‘이더’의 리오 드 와츠
초원·높은언덕 등 청정지역서만 채집
쇼핑몰 아닌 자체 사이트서만 주문판매
中 슈퍼리치 겨냥 ‘럭셔리 마케팅’



가습기 살균제 파문으로 온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게 일상인 요즘이다.

중국에선 지난해 대기오염으로 매일 4000명이 숨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EPIㆍ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공기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1점을 받았다. 이는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 173위로, 충격적인 성적표다.

이젠 깨끗한 공기를 ‘사서라도 마셔야겠다’는 수요가 점점 느는 이유다.

이를 눈치 챈 것일까. 영국의 한 청년이 중국 슈퍼리치를 겨냥, ‘깨끗한 수제 공기’를 병에 넣어 팔기 시작했다. 지난 1월 공기판매회사 ‘이더(Aethaer)’를 차린 리오 드 와츠(Leo De Wattsㆍ27)가 그 주인공.


작은 이벤트 회사를 경영하던 그는 중국의 스모그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접한 뒤 창업을 결심했다. 영국 서부 시골에서 자란 그가 떠올린 아이템은 청정공기였다. ‘이더’란 회사명을 선택한 이유다. 그리스어로 ‘하늘의 깨끗한 대기’를 의미한다.

창업 전부터 판매 대상은 확고했다. 부자들이다. 드 와츠는 “사람들은 에비앙 생수가 비싸도 일부러 사 마신다. 공기도 안 될 것 없다고 생각했다”며 “영국 청정지역 공기는 루이비통이나 구찌같은 명품대접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더는 온라인 몰에 상품을 맡기지 않고 자체 사이트에서만 주문을 받아 팔고 있다. ‘럭셔리 마케팅’의 일환이다. 주요 판로는 영국과 중국이다. 창업 6개월도 안 됐지만 실적은 좋은 편이다. 이더 측은 “고객은 모두 고소득층이다. 선물용 수요도 꽤 된다. 영국에서만 판매 1개월여 만에 매출 1만6000파운드(2700만원)를 올렸다. 중국으로 수출한 초도물량 200개도 모두 팔았다”고 설명했다.

드 와츠의 남다른(?) 공기채집 및 포장방식은 이같은 부자 마케팅을 뒷받침한다. 창업자와 그의 측근들이 모든 과정을 직접 챙긴다. 기계나 화학물질도 일절 쓰지 않는다.

이더에 따르면 공기 채취 대상지역은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초원, 눈 덮인 산 꼭대기, 높은 언덕 등 자연 그대로 보존된 곳 위주다.

드 와츠 등이 ‘에어파밍(Air Farming)’이라고 설명하는 이런 활동은 시간대도 정해져 있다. 이른 아침 바람이 많이 불 때다. 최대한 공기가 깨끗할 시기를 고르는 셈이다. 이들은 크고 작은 일종의 잠자리채 같은 도구로 공기를 모아 그 상태를 10분간 유지한다. 해당 지역 대기의 ‘향(aroma)’을 담기 위해서라는 게 이더의 설명이다. 

이더 로고(위쪽)와 영국 지역별로 내놓은 공기제품들.

이 뿐 아니다. 고무로 뚜껑 부분을 봉인한 유리병에 공기를 담을 땐 먼지나 벌레같은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드 와츠가 이 ‘공기제품’을 자신있게 선보인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지역색이다. ‘깨끗한 영국 청정지역의 공기’란 이미지가 럭셔리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다. 그는 “영국 각 지역 공기마다 특유의 향이 있다. 소비자들은 청정지역 곳곳의 다양한 공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이더의 제품 겉면엔 공기의 ‘원산지’가 명시돼 있다. 현재 이 회사는 도싯(Dorset)ㆍ서머셋(Somerset) ㆍ웨일즈(Wales)ㆍ윌트셔(Wiltshire)ㆍ요크셔(Yorkshire) 등 영국 지역 공기를 내 놓은 상태다. 드 와츠는 “SNS 이벤트 등을 통해 영국 외 다른 지역 청정대기도 채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정지역의 공기를 담아 파는 업체는 캐나다에도 있다. 2014년 창업한 바이탈리티 에어(Vitality Air)란 스타트업은 캐나다 ‘루이스 호(Lake Louise)공기’와 ‘밴프(Banff)공기’를 캔에 담아 팔고 있다. 모두 현지 국립공원 지역이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에 첫 선적한 500캔을 4일만에 완판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선적한 4000개도 대부분 팔렸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부자든 서민이든 이 같은 제품에 눈길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UC버클리 환경건강과학대학의 존 R. 밤스 교수는 “의심스럽다. 병에 담긴 공기가 건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 클린에어센터의 수잔 폴슨 교수도 “이더 제품의 공기용량은 일반인이 1분에 마시는 공기의 10%도 안 된다. 설사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해도 병을 열자마자 외부 대기와 섞여 (청정공기라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일갈했다.

업체들은 이에 대해 “우리는 속임수로 장사하는 게 아니다”라며 맞서고 있다.

윤현종ㆍ 민상식 기자/factis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