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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잘못된 ‘관행’은 따를 수 없다며 반기든 이세돌
‘천재기사’ 이세돌 9단이 기계(棋界)에 난제(難題)를 던졌다. 이 9단은 최근 형 이상훈 9단과 함께 프로기사회에 탈퇴서를 제출했다. 기사들의 상금에서 일률적으로 회비를 공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게 그 이유다. 또 그는 프로기사회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한국기원 주최 대회 출전을 불허하는 규정이 부당하다는 주장도 했다.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반색했던 바둑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관계자들은 조훈현 이창호도 따랐던 오랜 관행이고, 불합리한 게 있다면 내부에서 조율하는 게 순서라며 못마땅해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관행이라도 잘못된 게 있으면 고치져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세돌은 앞뒤 재거나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자기검열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미 3단이었던 99년 ‘승단대회는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참가를 거부했다. 결국 승단대회는 3년 뒤 폐지되고 이후 일반 대회 성적으로 승단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또한 상위 랭커들은 당연히 참가하던 바둑리그에 불참을 선언했다 징계받을 상황이 되자 휴직계를 제출하는 강수를 던지기도 했다. 전통과 예절을 중시하는 바둑이라는 분야에서 이세돌의 존재는 ‘이단아’에 가까웠다.

이세돌이 지적한 기사회의 일률 공제는 불합리하다고 여길 만하다. 연수입이 1000만원인 기사와 10억원을 버는 기사의 3%는 30만원과 3000만원으로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기원의 태동기를 떠올린다면 단순히 액수만으로 시비를 가릴 문제는 아니다. 기전도 적고, 기사도 많지 않던 시절 바둑보급과 기사들의 복지를 위해 걷기 시작한 것이 공제였다. 척박한 땅에 바둑을 알리고, 기사들이 바둑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십시일반’의 취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바둑의 토대를 만들어준 밑거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프로기사는 320명에 이르고, 대국 수나 상금도 현저하게 늘었다. 당연히 상위랭커와 하위랭커의 수입격차도 크다. 많이 버는 쪽에서 더 낼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납득이 가지만 ‘현재의 방식과 관행이 최선인가’라는 고민을 할 필요는 있다. 좀더 합리적인 방향을 찾자는 제안까지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불과 20년전 승단대회가 없어져도 될 제도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관행은 대다수가 공감할때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지 오래됐다고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으로 이세돌과 바둑계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묘수를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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