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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시사태 키운 ‘PB상품’ 믿어도 될까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 총 47명, 상해 76명.

대형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ㆍPB) 상품으로 인한 피해자 숫자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인해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있는 가운데 PB 상품의 전반적인 안전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0~30%.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ational BrandㆍNB) 상품의 70~80% 수준인 저렴한 가격과 함께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ㆍ영국 등 유통 선진국의 PB상품 매출 비중이 50% 안팎인 걸 감안하면 PB 상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잊을 만 하면 불거지는 PB상품의 안전성 논란이다. 대형마트들이 판매하는 일부 PB상품에서 식중독균, 이물질 등이 심심찮게 발견될 때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납품 단가를 인하시킨 게 질적 저하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옥시레킷벤키저를 중심으로 유통업계 전반을 뒤흔든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봐도 상품의 과반이 PB다. 


2011년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가습기 살균제. [자료=환경보건시민센터]

이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지나친 우려’라고 토로한다.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PB상품 도입부터 출시까지 통상 4~5단계에 걸쳐 검사를 진행하는 등 안전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A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조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해 여러 절차를 거쳐 안전성을 검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이마트에서는 ▷공장심사 ▷안전ㆍ위해검사 ▷법적 표시 검증 등 3단계로 PB상품의 품질을 관리하되, 비식품의 경우엔 4단계로 외관 검사까지 추가로 진행 중이다. 특히 공장심사는 BSI(영국), SGS(스위스), BV(프랑스), INS(국내)와 같은 국제공인 인증기관에 의뢰해 진행한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있는 가운데, PB상품 전반적인 안전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기 상품 베끼기 관행이 이번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형유통마트에 진열된 옥시제품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롯데마트도 ▷공장검사 ▷서류 검사(시험성적서, 법적 서류 구비사항 등) ▷시료검사(각종 미생물 검사) ▷완제품 출시 전 안정성 검사 ▷유통 검사(판매 상품에 대한 무작위 샘플 선정) 등을 거친다고 한다.

그럼에도 PB상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인기 상품 베끼기’ 관행이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확산시켰다고 지적한다. 실제 PB상품은 기존 인기 상품을 따라 한 ‘미투 상품’이 많다. 가습기 살균제 PB상품도 옥시 등 기존 상품의 인기를 좇아 출시됐다.

이에 대해 B 대형마트 관계자는 “당시 C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고 있었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 우리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당시 상품은 식약처 샘플 시료 검사에서도 문제 없이 통과가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행과 식약처의 ‘무지’가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PB상품의 공급자는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원료에 대해 유통업체에 밝힐 의무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원료 검사 등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만들어본 적도 없는 상품을 공급자 측에 ‘이 성분을 이렇게 넣거나 빼달라’고 의뢰할 수는 없다”면서 “(PHMG에 대한 논란도 없었던 상황에서 원료를 공개할 의무도 없는데) 사전에 성분 분석 매뉴얼을 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8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의뢰를 받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의 대표 김모씨를 피의자로 불러 제조 경위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두 유통업체가 흡입 독성실험 등 제품 안전성 검증과 관련해 컨설팅 업체에 따로 자문을 받긴 했지만, 이 과정이 부실했다고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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