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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계가 주택 40% 소유…차고로 쫓겨난 뉴질랜드인
수도 오클랜드 최악의 주택난
집값 폭등 5년새 78% 치솟아
직장인도 차고·콘테이너 전전



#. 차고에 커튼을 달고 어떻게든 집처럼 꾸미려한 흔적이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좁은 차고에서 먹고자는 가족만 10명이 곳도 있다. 버려진 공터와 공원은 수 백대의 자동차가 점령했다. 좁은 자동차 안은 여지없이 한 가족이 웅크려 잠을 청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수도 오클랜드의 모습이다.

#. 침대 두 개가 전부다. 한 침대에 두명이 잠을 청하고, 화장실을 누가 먼저 쓸 것인지, 얼마나 오래 쓸 것인지를 놓고 옥신각신한다. 공동 화장실을 놓고 아침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던 70~80년대 서울의 모습이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2016년 현재 모습이다.

사람들이 차고로, 자동차로, 선박 콘테이너로 밀려 나고 있다. 폭우, 지진, 화재 같은 재해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게 아니다. 직장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번듯한 직장을 갖고 있어도, 심지어 맞벌이를 해도 미친 듯이 뛴 집 값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집 값 폭등에 중산층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집 값 폭등의 한 원인에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차이나머니’가 자리잡고 있다. 쓰나미 처럼 밀려드는 차이나머니가 사람들의 보금자리 마저 빼앗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8면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선 집 값 상승으로 수 백여 가구가 자동차나 차고, 선박 콘테이너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수 년전부터 이런 가정이 늘고 있다. 게다가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차고는 공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차고로 전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제는 그나마 차고도 임대료를 내야 한다. 400 뉴질랜드 달러(약 32만원)를 내야 그나마 차고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오클랜드의 평균 주택 가격은 94만 뉴질랜드 달러(7억5000만 원)로 최근 5년 동안 무려 77.5% 뛰어 올랐다. 세계적으로 높은 집 값을 자랑하는 호주 시드니마저 따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 보니 뉴질랜드에선 집이냐 아니면 먹고 사느냐 둘 중의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뉴질랜드의 집 값 상승은 이민, 저금리, 국영주택 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차이나머니의 유입이 가장 크다. 뉴질랜드 제 1야당인 노동당에 따르면 지난해 오클랜드의 주택 40%의 소유주는 중국식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중국인들이 오클랜드를 점령하고 있고, 이들이 엄청난 집 값 폭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의 제니 살레사는 오클랜드에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창문에 커튼이 달려 있는 등 집처럼 꾸미려 한 흔적이 있는 차고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런 곳들은 모두 무주택자가 임대해 생활하고 있는 곳이라고 전했다. 또 일부 무주택 가정은 공원 등지에 차를 세워놓고 생활하고 있다고도 했다.

사회적 서비스 기업인 망게레 버지팅(Mangere Budgeting)의 최고경영자인 대릴 에반스도 “몇 년전까지만 해도 집이 있는 가정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캠핑을 할 수 있도록 무료로 차고를 내줬다. 하지만 지금은 땅주인들이 차고를 수백 달러에 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일자리나 소득이 없는 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주 구세군의 캠벨 로버츠는 “몇 년전에는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 대부분이 실업자거나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살레사도 “집 문제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50%가 어엿한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 대다수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조그만 집 하나 없다”고 설명했다. 소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올라버린 탓에 맞벌이 가정마저도 차고나 자동차 등지를 전전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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