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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아침식사’ 바나나가 위험하다
필리핀 ‘마름병’ 확산…생산량 감소
13㎏ 한상자 가격 작년보다 10%↑



1980년대 바나나 하나면 부러울 게 없었다. 그 당시 바나나는 개당 1000원 정도로 귀한 과일이었고 부(富)의 상징이었다. 당시 도시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이 40만원 정도였다. 아버지 월급날이 아니면 사 먹을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1991년 수입제한 품목에서 풀리면서 바나나는 온 국민이 즐기는 과일이 됐다.

‘국민 과일’ 바나나가 최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필리핀 등 바나나 산지에서 신종 ‘바나나 마름병’이 확산되면서 생산량이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병은 곰팡이 일종인 병원체에 의해 바나나 나무가 말라버리는 ‘신(新) 파나마병’이다. 이 병은 한번 감염되면 회복할 수 없어 바나나의 ‘불치병’으로 불린다. 100여년 전 파나마 주변에서 처음 확인돼 ‘파나마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나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바나나를 구입한 직장인 손 모(30) 씨는 “바나나 6개에 6000원에 구입했다”며 “불과 몇달 전만 해도 4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었는데 왜 갑자기 가격이 뛰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형마트에서는 현재 바나나 최상품 한묶음(10개) 가격이 5500원대다. 수입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20~30%가량 뛰었다. 실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바나나 13kg 한상자 가격은 5월 평균 2만9172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7444원)보다 약 10% 인상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바나나 수입국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필리핀 비중이 높다”며 “여기에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 바나나 수확량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바나나 가격 급등은 최근 제과ㆍ식음료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바나나맛 제품 생산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나나 첨가량이 많지 않은데다 미리 확보한 물량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수입선의 다변화를 꾀했고 미리 몇개월치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가격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상황은 한국보다 심각하다. 일본이 수입하는 바나나의 90%가 바나나 마름병으로 시름하고 있는 필리핀산이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는 최근 몇년 사이 바나나 나무 5분의 1이 병에 감염됐고 생산량은 20% 이상 감소했다. 이 병은 계속 확산 추세다 생산량도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3년전 부터 ‘신 파나마병’에 내성을 가진 품종 개발에 나서고는 있으나 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개발한 새품종은 바나나 열매 수가 적거나 성장이 느린 상품성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벌써 일부에서는 바나나 멸종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바나나 생산자 단체는 “새 품종 개발 등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5년에서 10년 후에는 전 세계의 식탁에서 바나나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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