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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 털었던 ‘애프터리빙’…2년 지나니 ‘씁쓸한 뒷맛’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애프터리빙, 스마트리빙, 프리리빙, 분양조건부 전세…. 2~3년 전 서울 주변에 있는 일부 택지지구에선 이런 단어가 붙은 현수막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미분양분을 털어내지 못한 채로 준공과 입주를 앞둔 단지의 시행사와 시공사들이 궁리 끝에 도입한 마케팅이다. 그땐 이미 계약했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뒤늦게 해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표현은 제각각이나 애프터리빙, 스마트리빙의 핵심은 미분양 아파트에 2~3년쯤 살고나서 분양 결정을 하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떠나도 된다. 다만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업체마다 다 달랐다. ‘분양’을 전제로 한 곳도 있고 단순히 미분양 가구를 전세로 공급한 곳도 있었다. 이런 사업장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2013년 국정감사 당시 김태원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그해 10월 기준 전국에 25곳 3만2000여가구 이런 식으로 입주자를 끌어 모았다.

애프터리빙, 스마트리빙 등 갖은 이름 아래 이뤄졌던 전세형 분양. 이 방법을 통해 미분양 적체를 해소한 사업장도 있고 단기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곳도 있는 가운데, 원상복구나 공급조건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국토부는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악성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을 전셋집으로 공급하는 주택업체에 ‘모기지 보증’을 발급해 차입금리를 4~5%로 낮춰줬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제공해서 쉽게 임차인을 모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당시엔 이를 두고 “임시방편으로 골칫덩어리를 처리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업체들은 덕분에 상당한 미분양분을 처리할 수 있었다.

현재 상황은 사업장마다 제각각이다. 세입자의 대다수가 매매로 돌아선 곳도 있는가 하면, 2년만 살고 상당수의 입주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곳도 있다. 그 과정에서 건설사(시공사)와 입주자 간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원상복구는 대표적인 주제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D단지는 지난 2013년 2년 뒤에 매매할 수 있는 조건으로 수백가구를 전세로 내놨다. 문제는 이사 과정에서 발생했다. 퇴거를 앞둔 가정에 찾아온 관리업체 직원들은 원상복구를 이유로 들며 세세한 흠집까지 걸고 넘어졌다.

2년을 살고 지난해 말 이 단지를 떠난 김모씨는 “일부러 못도 하나 안 박고 2년을 살았는데 이사하는 날 바닥부터 벽지까지 사소한 것까지 시비를 걸더니 120만원이 나온다고 했다. 따지고 들면 (파손 내용을) 더 잡아 낸다고 하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입자들이 마련한 온라인 카페에는 “애초에 계약 당사자였던 시공사는 뒤로 빼고 하청업체 직원이 와서 ‘지급신청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는 내용의 글이 많다.

김포에 들어선 다른 아파트는 애초에 2년간 거주한 뒤에 할인분양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홍보하며 수백명의 세입자들을 모집했다. 하지만 정상 분양을 받아 입주때부터 살고 있는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할인분양을 발코니 무상확장 등 다른 식으로 충당하려 하자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매매를 포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2년 전에 미분양 애물단지를 임시방편으로 처리했던 방법이 소위 전세형 분양이었는데, 시장 상황이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아 건설사들이 또 유예를 해야 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라며 “각 사업장마다 공급 조건이 천차만별이었던 만큼 단기로 살던 거주자들이 떠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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