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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정용덕 서울대 명예교수] 결국 북한체제는 붕괴한다
최근 한 일간지에 서양사학자 주경철 교수가 흥미로운 글을 썼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던 냉전시대에 소련의 붕괴를 예측해냈던 학자들의 의견을 소개한 글이다. 소련이 외부요인보다는 내부요인, 특히 경제문제가 관건인데 인구 감소라는 근본적 취약점으로 인해 결국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구 동구권의 붕괴를 예견했던 또 다른 사회과학자 한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 캘리포니아대에서 행정학과 정치학을 넘나들며 다원주의 이론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윌답스키(Aaron Wildavsky) 교수다. 1980년대에 폴란드 사례를 바탕으로 쓴 책(‘공산주의의 도덕적 붕괴’)에서 그는 20세기에 시도된 공산주의 실험은 그 주창자인 칼 마르크스의 생각이 절반만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대중들이 노동과 국가로부터 “소외”받는다는 마르크스의 지적은 옳았다. 그러나 그런 소외 현상은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났다. “이기적 고립에서 이타적 공동체로의 인간관계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공산주의 하에서 “자 본주의에 귀속된 모든 사악한 것들”이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알콜 중독, 성매매, 관료제 병리와 부패, 환경파괴 등이 그것이다. 게다가 군사적인 것을 제외하면 경제면에서 모두들 저발전을 겪는다. 정치와 경제를 구분하지 않는, 그러다 보니 실제적으로는 한 권력집단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는 중앙계획경제 하에서 오류의 시정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시장의 경쟁 기제와 시민사회의 민주 통제가 모두 부재한 상황에서 오로지 국가 관료제의 하향식 통제에 의거하는 오류 시정 방식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유발일 뿐이다.

공산주의 정치경제의 허점에 대한 이와 같은 윌답스키의 지적은 당시로서도 이미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의 분석에서 보다 의미 있는 부분은 그의 책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정신적 측면에 대한 것이다. 중앙통제체제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배분 과정을 통해 생필품을 구하다 보니 인민들이 주어진 일에 열성을 다하는 직업윤리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점차 국가를 속이는 일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스스로도 비굴해지는 “부정직과 부패의 체제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도덕적” 취약성을 지니게 되는 공산주의는 결국 붕괴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시장경제를 도입하려고 하는 경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와 같은 윌답스키의 예상은 그 직후에 동독을 시발로 동구권 전체가 붕괴되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이행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시장화의 어려움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오늘날 북한이 구 동구권 체제가 지녔던 문제들로부터 자유롭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붕괴되기 직전의 동독, 체코, 폴란드, 헝가리보다도 한층 더 전체주의적이고 경직돼 있다. 게다가 ‘3대 세습’의 왕조적 특성으로 인해 국내·외적 정당성까지 결여하고 있다. 이달 6일부터 3일간 열린 7차 ‘조선노동당대회’가 내국인들로만, 그것도 내용이 거의 공개되지 않은 채 치러진 이유다. 1980년에 열린 6차 당대회는 그보다 4년 전 중국공산당이 덩샤오핑의 지도아래 개혁개방을 표방한 것을 철저하게 외면했었다. 그 후 36년이 지난 이번 7차 당대회는 전보다도 한층 더 쇄국과 중앙통제를 지향하고 있다. 중국보다 이미 40년 뒤진 개혁개방을 앞으로도 계속 미루겠다는 심사다.

구 동구권 체제에 대한 윌답스키 등의 예측처럼 북한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현상유지를 꾀한다면 조만간 체제 붕괴가 있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전후과정에서 겪게 될 북한 지역 동포들의 고난이 너무나도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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