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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 임대차 갈등…소송보다‘조정’
권리금 명문화후 조정 늘어
1년새 상담 141→736건 급증
조정대상 상정시 100% 성사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장소다. 이곳에 자리잡은 ‘작은마을 카페’는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운영해 왔다. 2014년 건물을 인수한 새 임대인은 그해 7월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퇴거를 요구했다. “재건축을 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장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조합은 5년 계약갱신요구권을 주장하며 버텼다.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양쪽의 감정만 상해 갔다. 

조합은 고민 끝에 서울시에 SOS를 쳤다. 갈등조정관들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 양쪽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엉킨 갈등의 실타래가 풀릴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8월 건물주가 재건축을 2년 미루고 계약을 연장해주되, 2년 뒤 임차인은 가게를 비워주는 내용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상가건물의 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작은마을 카페의 사례 같이 ‘조정’의 힘이 조명 받고 있다.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분쟁조정제도를 갖춘 서울시가 처리하는 상담과 조정 실적은 다달이 늘어난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 접수된 분쟁 상담 건수는 지난 3월 1260건으로, 지난해 3월(732건) 대비 72% 가량 늘었다.

특히 권리금 관련된 상담이 크게 늘었다. 1년 전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권리금 개념이 법에 처음 담긴 것이 큰 영향을 줬다.

권리금 관련 상담은 법 개정 전인 지난해 4월엔 79건에 그쳤으나 다음 달엔 279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 상담이 이뤄진 실적은 73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건수(141건)와 견줘 422%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담을 거쳐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대상으로 상정된 분쟁 사례들은 100% 조정이 성사됐다. 이정연 서울시 상생협력팀장은 “지금까지 분쟁조정위에 5건이 상정돼 모두 조정됐다”며 “담당 주무관을 통해 9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율적으로 조정한 게 5건”이라고 밝혔다.

과거엔 임대인들이 조정이라면 무조건 거부하기 일쑤였다. 제3자가 중재에 나서는 조정 단계를 거치지 못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은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채 소송까지 갔다. 갈등의 양상이 심해지고 길어지는 결과만 낳았다.

하지만 새 상임법에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에 임대인이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기면서 조정 기능이 점차 힘을 갖게 됐다.

분쟁조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주 변호사는 “소송으로 가면 비용이 1000만원 넘게 깨지는데 권리금이 3000~5000만원쯤 되는 작은 점포 임차인들은 이겨도 남는 게 없다”며 “이런 경우엔 지자체의 조정기능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로 들어오는 임대차 분쟁과 관련된 상담 가운데 20% 가량은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는 것들이다. 서울시는 타지역이란 이유로 물리치지 않고 모두 상담을 진행한다. 하지만 지역이 다른 만큼 꼼꼼하게 살피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강영진 성균관대 교수는 “주요 대도시에서는 상가 임대차 관련 분쟁이 빈번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정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은 무조건 법원에서 해결할 생각만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포기하고 울면서 물러설 수밖에 없다”며 분쟁조정제도 확대를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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