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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새 빛바랜 남미 분홍물결
작년 12개국중 10국 좌파정권
올들어 브라질 호세프등 흔들



남미 지역 정치적 조류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한 때는 ‘분홍 물결(Pink Tideㆍ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왼쪽으로 몰아쳤지만, 이제는 오른쪽으로 기우는 기세가 완연하다. 경제난, 부패 등으로 정권에 대한 실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미에는 좌파가 대세였다.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 좌파 정권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라과이마저도 2012년까지는 좌파 정권이 들어선 상태였다. 이들은 중미의 반미(反美) 성향 국가와도 연대해 ‘미주 지역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까지 창설했을 정도로 국경을 넘어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브라질의 탄핵 사태에 대해서도 남미 좌파지도자들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두둔하며 뭉쳤다.

그러나 현재 좌파의 기세는 점차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가이아나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해 23년만에 좌파 인민진보당(PPP)로부터 정권을 빼앗아 온 것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같은해 11월에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당선이 당선, 2003년부터 이어져 온 좌파 정권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브라질에서는 지난주 상원이 대통령 탄핵 심판 절차 개시를 통과시킴으로써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아직 수권 중인 좌파 정권들이라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경제난으로 국가가 붕괴할 위기에 놓인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가 추진 중이고,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페루에서는 지난달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가 1위, 중도 성향의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후보가 2위를 차지해 오는 6월 있을 결선투표에서 누가 당선되건 간에 오얀타 우말라 현 대통령보다는 오른쪽에 있는 정부가 들어설 전망이다.

나머지 국가들도 당장 정권 교체 우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칠레에서는 중도좌파 미셸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다. 그가 처음으로 대통령을 지내다 퇴임하던 때(2010년) 지지율이 85%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다.

또 볼리비아에서는 3선 중인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4선을 위해 헌법의 ‘연임 제한 규정’을 바꾸려 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대가 높은 상황이다. 에콰도르의 좌익 경제학자 출신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최근 지진으로 엄청난 인명ㆍ재산 피해가 발생해 위기를 겪고 있고, 수리남의 데시 보우테르세 대통령 역시 지난주 경제난으로 대규모 항의 시위를 겪는 등 흔들리고 있다.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 정권만이 지난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남미의 좌파 정권들이 이처럼 줄지어 몰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난 때문이다. 풍부한 지하자원 수출에 경제를 크게 의존해온 이들 국가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자원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제도 동반 하락했다. 이 와중에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복지지출과 다수의 국영기업 운영으로 인한 비효율 등은 경제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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