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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수사] 독성물질도 베끼기 대형마트 PB상품, 심판대에...
-롯데마트ㆍ홈플러스 PB상품 제조업체 대표 첫 소환조사
-“PB상품, 과도한 베끼기ㆍ상업성이 禍 키웠다” 지적 잇따라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에 이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칼날을 빼들었다. 수사팀은 이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옥시 제품을 베끼는 과정에서 별다른 안전성 검증 없이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은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16일 오전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PB상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한 Y산업사의 김모 대표를 불러 강도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기존의 옥시와 버터플라이이펙트(세퓨 제조)사 이외에 롯데마트ㆍ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 제조 관계자에 대한 첫 소환으로, 제품 유해성이 확인된 총 4곳 업체 전부를 수사 대상으로 확대한 셈이다.

검찰이 파악한 221명의 피해자 중 롯데마트 제품을 쓴 피해자는 41명, 홈플러스 제품을 쓴 피해자는 28명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정부가 인정한 사망자는 각각 22명, 15명에 달한다. 

2011년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가습기 살균제. [자료=환경보건시민센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지난 2006년과 2004년 문제의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가 들어간 제품을 출시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옥시의 인기 상품이자 시장점유율 1위(약 60%)를 차지하고 있던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의 제조법을 별다른 고민 없이 그대로 베껴 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두 회사의 제품개발팀에서 흡입독성실험 등 제품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 관련 컨설팅 업체에 따로 자문을 하긴 했지만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한 검증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품 제조사와 컨설팅업체, PB 상품을 기획하고 승인한 회사 고위관계자들이 법적 책임을 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분별한 ‘상품 베끼기’ 관행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등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뿐만 아니라 PB상품의 상당수는 기존 인기 상품을 별다른 고민없이 그대로 가져오는 ‘미투’ 상품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갑’인 대형마트가 ‘을’인 PB상품 제조사를 상대로 “납품단가를 낮추라”는 압박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이 소홀해지고 화를 더 키웠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한편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옥시 영국 본사 임원진에 대한 검찰 소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전날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은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구속된 임원은 우리가 고발한 256명 중 2명에 불과하다”며 “19개 제조판매사의 등기 임원과 외국인 임원까지 소환해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시의 외국인 임원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신현우(68ㆍ구속) 전 대표가 퇴임한 이후 경영을 책임진 한국계 미국인 존 리(48) 전 대표와 인도 출신의 거라브 제인(47) 전 대표가 유력한 검찰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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